담배와 조세저항
담배와 조세저항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4.09.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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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늘릴 '꼼수 인상'을 금연정책이라니. .

구름과자(담배)의 ‘마술’-.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조세저항이 극심한 직접세보다는 비교적 조세저항은 적으면서 많은 세수를 올릴 수 있는 담뱃세 같은 간접세 징수 방식이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조만간 담뱃세를 올릴 모양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은 담뱃값 인상”이라며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말했다.실제로는 담배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문 장관은 ‘증세’ 비판을 피하기 위해 ‘담뱃값 인상’이라고 표현한다.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641원을 비롯해 1550원의 세금을 물린다.

하루에 담배를 한 갑 피우는 흡연자라면 연봉 10억원인 대기업 최고경영자나 3000만원인 중소기업 근로자 모두 똑같이 1년에 56만5750원의 세금을 내는 셈이다.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같은 세액을 매긴다. 중독성이 강해 끊기 어려운 담배의 특성상 담뱃세 인상은 결국 양극화 심화로 이어진다.

사행산업 확대 정책도 문제다. 기재부는 향후 3년간 로또 복권 판매점을 전국에 2000여곳 늘리겠다고 한다. 로또 매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7.3%씩 늘어 지난해 3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로또 판매를 더욱 촉진하기로 했다. 복권의 기대 수익은 50% 수준이다. 1000원짜리 복권을 사는 순간 세금과 기금 등으로 500원이 빠져나간다.

복권 만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 주민과 학생·학부모들의 강한 반대에도 용산 화상 경마장을 밀어붙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강원랜드 같은 카지노 설립에 열을 올린다. 복권을 사거나 경마장·카지노에 가는 사람이 주로 서민·중산층이다. 사행산업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은 소득재분배에 역행한다. 서민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서민의 주머니를 터는 셈이다.

매년 달라지는 조세 제도와 난해한 세법도 양극화의 주범이다. 엄정해야 할 과세 당국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하다. 소득이 100% 노출되는 직장인은 급여를 받기도 전에 세금을 떼인다. 반면 대기업은 각종 비과세·면제 제도를 이용해 법정 세율보다 낮게 세금을 낸다.

재정과 조세는 나라살림의 기본이자 근간이다. 정부가 조세를 경기부양 수단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부동산세제는 부동산시장을 띄우거나 앉히기 위해 수시로 바뀐다. 세법과 각종 조세제도가 조변석개하는 원인이다.

심화하는 양극화의 이면에는 서민·중산층에 불리하고 부자·대기업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조세제도가 자리한다. 조세는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 중산층이 사라지는 가운데 빈부 격차응 국민경제의 최대 현안이다. 계층간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지 않고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다. 아무리 경제성장을 해도 서민들에게 과실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조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정책이 중요하다. 돈을 많이 번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적정한 세금을 걷어 어려운 사람을 돕고 교육·의료 같은 공공재에 투자하는 것이다. 납세를 국민의 의무로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를 "서민증세"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조세저항이 극심한 직접세보다는 저항은 적으면서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한 간접세 인상으로 세수를 확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담뱃세 인상은 국가가 세금을 걷을 때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평과세에도 명백히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세 정책은 지금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부자는 놔둔 채 저소득층의 세 부담만 늘리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묵묵히 참고 있다가 인내심이 바닥나면 폭발할 분위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원래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했다. 이러다가 조세저항이 일어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 사태가 올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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