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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스위스냐 스코틀랜드냐
대만, 스위스냐 스코틀랜드냐
  • 허영섭
  • 승인 2014.09.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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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허영섭 / gracias1234@edaily.co.kr   언론인, 칼럼니스트.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등의 저서가 있다.
<허영섭칼럼>오늘 스코틀랜드에서 실시되는 영연방으로부터의 분리독립 결정 주민투표에 세계의 눈길이 쏠려 있습니다. 바스크와 카탈루냐의 독립 문제로 내부 분란이 지속돼온 스페인을 포함해 터키(쿠르드), 캐나다(퀘벡), 프랑스(코르시카), 벨기에(플랑드르), 이탈리아(베네치아), 독일(바이에른) 등 비슷한 문제가 걸려 있는 나라들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스코틀랜드의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이들 나라에도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대만도 예외가 아닙니다.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문제가 국가 존립의 최대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중국에 예속되지 않고 당당하게 독립국가 체제를 유지해 나가려면 과연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인가 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스위스와 같이 영구중립국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스코틀랜드처럼 스스로 독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습니다.

대만 국민들은 이번 스코틀랜드 투표에 대해 ”민주사회의 국민으로서 다른 나라와의 합병이나 분리 등 국가의 운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며 은근히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원하지 않을지언정 독립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물리적으로 막지 않고 있는 영국 정부에 대해 경의까지 표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문명국가로서의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냐는 것이지요.

이러한 반응은 국제사회에서 어정쩡한 신세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합니다. 대만은 내일 개막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역대 최대인 400여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지만 청천백일기 입장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유엔에서도 1971년 축출된 지 40여년이 지나도록 아직 참석 자격이 허락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1997년 중국으로 관할권이 넘겨진 홍콩의 현재 모습에서 장차 자신들에게 닥칠지 모르는 미래를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1국가 2체제’라고 하면서도 홍콩에 대한 간섭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입지는 점점 좁혀지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에서는 대만 국적의 임시 근로자를 중국 국적자로 취급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대만인에게 적용하던 종래의 ‘465’라는 식별 코드가 삭제되고 중국인에게 적용되는 ‘479’ 코드를 일괄 적용했던 것이지요. 담당 직원의 개인적인 실수가 아니라 독일 외교부의 방침인 것으로 확인되었기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5월 베트남에서 대대적인 반(反)중국 시위가 벌어졌을 때도 대만이 중국과 동일한 나라라는 오해 때문에 현지에 진출한 대만 기업들이 덤터기로 피해를 봤다는 지적도 없지 않습니다. 대만인들이 독립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대만의 여야 정치권이 모두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으면서도 그 해법은 서로 다릅니다. 여당인 국민당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큰 틀 안에서 경제협력을 포함한 양안관계를 확대함으로써 평화공존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주장하는 반면 야당인 민진당은 지금처럼 경제교류가 확대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흡수통일될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민진당이 본토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역사적 연결고리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대만 공화국(Republic of Taiwan)’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폈던 것이 그런 배경입니다. 나라를 새로 세우는 것은 아닐지라도 국민투표를 통해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라는 국호만큼은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개념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지요. 민진당이 출범할 때부터 본성인(本省人)을 지지 기반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당연한 주장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요즘은 민진당 내부에서도 엇갈린 견해들이 대두고 있습니다. 대만이 현실적으로 엄연히 독립국가를 이루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규정을 당헌·당규에서 삭제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자는 것입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외면 일변도로 나갈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화의 폭을 넓혀가면서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습니다. 최근에도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가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의 결정으로 일단 가라앉은 단계입니다.

그러나 차이 주석을 포함하여 역대 총통 선거에 출마했던 민진당 후보들이 선거공약으로 ‘대만 공화국’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한 적이 아직 없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합니다. 과거 정권교체에 성공했던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이나 셰창팅(謝長廷) 전 행정원장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지지 여론 이상으로 반대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대만 국민들은 독립 문제에 대해 현상유지를 바라는 입장입니다. 중국에 예속되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자칫 이 문제로 양안관계가 악화되는 데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며 독립을 강행할 경우 중국과의 무력충돌이 우려되기 때문이겠지요. 마잉지우(馬英九) 총통이 통일하지 않고(不統), 독립하지 않고(不獨),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不武)는 ‘3불 정책’을 펴고 있는 데서도 그런 사정이 읽혀집니다.

최근에는 대만이 영구중립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되었습니다. 천수이볜 총통 당시 부총통을 지낸 뤼슈롄(呂秀蓮) 여사가 이를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했습니다. 중립국으로 인정받는다면 중국과의 마찰이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고, 미국과 일본, 중국과의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리도 첨부되었습니다. 대만이 ‘동양의 스위스’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대만 내부에서도 현실성이 부족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운명을 결정짓는 주민투표 결과는 대만의 내부 여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대만의 미래는 2,300만명 국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는 다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겠지요. 하지만 중국 측의 입장도 단호합니다. “대만의 미래는 양안을 포함한 13억 전체 중화인들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칼럼은 '자유칼럼그룹'의 '허영섭 세상만사'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   허영섭 / gracias1234@edaily.co.kr

 

언론인, 칼럼니스트.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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