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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시대의 종언?
모피아 시대의 종언?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4.09.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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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포화 받아..유대감도 희박해져

 
"우리 모피아들은 이제 종()쳤다."

최근 KB금융 사태를 지켜본 현직 모피아의 말이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의 약자인 'MOF''마피아'의 합성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척결의 대상이 됐던 해피아, 철피아, 금피아 등 소위 '관피아'의 원조가 모피아다.
 
이번 정부 들어 금융권에 모피아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이다. 재무 관료 출신인 두 '' 회장이 금융지주 회장에 비슷한 시기에 취임하면서 '모피아 낙하산' 논란이 벌어졌다. 이후 한동안 모피아들의 금융회사 입성 길이 막혔다.
 
실제로 이후 대표적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장엔 교수 출신의 홍기택, 수출입은행장엔 우리은행장 출신 이덕훈, 기업은행장엔 내부 출신 권선주 행장이 각각 선임됐다. 그리고 올해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 논란이 벌어지면서 관료 출신의 금융회사 입성은 완전 막혔다. '정부 밥' 한 그릇이라도 먹은 경력이 있으면 각종 금융협회장도 맡을 수 없게 됐다.
 
시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면 서서히 풀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마저 날려버린 게 'KB금융 사태'라는 게 모피아들의 공통된 평가이다. '모피아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사건이라는 것이다.
 
모피아들은 그동안 어떻게든 선배들의 자리를 마련해 보려고 애쓴 적도 있다. 향후 자신들도 같은 경로를 밟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모두 옛날 얘기다. '모피아'라는 말만 나와도 집중포화를 받는 상황이다. 그러니 자기 목을 내놓고 선배를 챙길 만큼 모피아의 유대감이 과거처럼 끈끈하지 않다.
 
'마피아'라는 말이 풍기는 이미지만큼 '모피아'의 힘이 예전만큼 강력하지도 않다. 금융위원장이 명목상 산하 공공기관장의 임명제청권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실제로 제청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하물며 금융지주 회장? 이야 말로 언감생심(焉敢生心)이 아닐까. 금융위원장이 만들 수 있는 자리는 기껏해야 금융회사 사외이사 정도 뿐이다.
 
'()'이 붙은 자리에 굳이 낙하산이 내려온다면 그 뒤엔 더 큰 힘이 있다. 금융당국은 '힘의 뜻'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에 그칠 뿐이다. 이렇게 보면 낙하산의 뿌리는 '관치금융'이 아니라 '정치금융'이다. 관료들은 '실제 임명이라도 해보고 욕먹으면 억울하지나 않겠다'고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최근 들어 관가에서 모피아 출신 금융기관장보다 민간 출신이랑 일하는 게 더 편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관료출신 '선배'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순수 업자' 출신들이 더 낫다는 얘기다.
 
실제로 자존심 강한 관료 출신들은 오히려 현직 관료들의 이야기를 더 듣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영록 전 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제재심을 앞두고 "(임 전 회장이) 관료 생활을 오래하셨기 때문에 알아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지만 관료들을 너무 잘 아는 임 전 회장은 오히려 금융당국을 코너로 몰았다. 신 위원장이 고심 끝에 변양호 전 보고펀드 같은 '모피아' 선배를 임 전 회장에게 보내 사퇴를 권유했지만 임 전 회장은 이를 언론에 공개해 버릴 정도였다.
 
기술금융에 가장 열심인 곳은 민간 출신 권선주 행장이 이끄는 기업은행이다. 8월말 기술금융 잔액 11400억 중 절반에 달하는 5080억원이 기업은행에서 집행됐다. 이어 우리은행, 하나은행이 1754억원, 1004억원을 기술금융 기반으로 대출했다. 신 위원장의 행시 동기인 임종룡 NH금융 회장이 이끄는 농협의 실적은 120억원에 불과하다.
 
민간 출신 기관장들의 정부 정책에 오히려 더 호응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술금융이다. 기술금융은 기술신용평가를 활용해 담보가 없어도 기술력 있는 기업에 은행이 자금을 공급토록 하는 정책이다. 관치금융-,정치금융-,민치금융-.. 오가는 말들이 하도 많아서 헷갈린다. 이번 기회에 이들 개념이 한곳으로 정립되고, 예측가능한 금융정책과 금융질서가 잡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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