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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까지 함께 산 거야?"
"한전까지 함께 산 거야?"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4.09.2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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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회장의 '불통 리더십' 논란

 
한국전력 부지 인수의 후폭풍이 거세다. 현대차그룹 '3총사'가 서울 삼성동의 한전 땅을 차지했지만 이들 3사의 주식을 가진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베팅액이 무려 10조원대로 확인됐고, 이는 순식간에 주가가 무너져 내리는 결과를 낳은 탓이다. 큰 손 국민연금도 3사 주식 탓에 이틀간 7천억원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노른자위 땅을 얻고 한전은 '돈벼락'을 맞았다. 또 서울시는 수천억원대의 세금수입을, 정부는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각각 보게 됐다. 그러나 소액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10% 안팎의 손실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인수가 발표된 뒤 이틀간 현대차 시가총액은 5조원 증발했다. 현대차 컨소시엄이 써 낸 금액이 감정가의 3배에 해당했기에 시장이 깜짝 놀란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실제 10조원이면 연산 30만대 능력의 완성차공장 10개를 지을 만한 돈이다.

한전부지 입찰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낙찰을 받지 못하면 임원 몇 명은 문책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정몽구 회장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지난 18일 현대차그룹이 한전 터를 낙찰받은 뒤에도 똑같은 ‘문책’ 이야기가 떠돌았다. 이번에는 “너무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게 이유다.

정 회장은 19일 임원회의에서 “다들 고생했다”며 이런 억측을 일축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한전 터 인수 과정을 놓고 무성히 오간 말의 의미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세계 자동차업게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친환경차 개발, 자동차 연비 개선, 원-엔 환율 변수에 대한 대처 등 현대차는 큰돈을 써야 할 곳이 많다. 인터넷에선 “한전 터를 사는 돈이면 자동차회사 5개를 살 수 있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도 다 확보할 수 있다”거나 “터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까지 사는 걸로 착각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다.

그러나 현대차가 더 걱정해야 할 것은 '불통 논란'이 아닐까 싶다. 현대차그룹은 ‘오너의 결단’과 ‘회장님의 뚝심’이 경영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한다.따라서 그룹의 불투명한 의사결정에 대한 우려가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 우려이다. 만일 상식을 넘어선 입찰금액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은 장기적으로 현대차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나라 땅을 사는 것이라 마음이 가벼웠다”는 정 회장의 말에 대해 “한전 지분은 정부가 51%를 갖고 있을 뿐이고, 외국인도 28%나 갖고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그동안 현대차는 ‘(오너)회장님의 결단’으로 고비를 많이 넘겼다. 기아차 인수와 미국공장 건설 등 ‘오너의 뚝심’이 성공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하지만 매번 중요한 결정에서 정 회장의 눈치만 본다면 그룹의 미래에도 부정적이다. 보안이 중요했던 사안임을 고려하더라도, 낙찰자 발표 이후까지 현대차의 중요임원까지도 “알 수 없다”, “우리도 놀랐다”고 답했을 정도다. 얼마나 소통이 안되는지 짐작된다.

물론 삼성이 뒤늦게 후회한다는 얘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매번 앞서가던 삼성이 현대차에 뒤진 것은 자존심의 문제라는 자성론이 있다는 후문도 있다. 그렇다면 정 회장의 말대로 100년 뒤에 가서 '위대한 베팅'이라는 후대의 칭송을 받을 수도 있다.

이와 별개로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부터 직원까지 정보를 공유하면서 더 큰 가치를 이끌어내는 선진 외국의 경영방식이 주는 교훈이다.현대 첨단기업들은 최고 CEO와 말단 직원까지 소통을 통해 성장하고, 이것이 기업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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