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딜레마'
'자살보험금 딜레마'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4.09.2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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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업계, 진퇴양난속 엉거주춤 행보

 
진퇴양난-.

실수로 만든 약관 탓에 수천억원의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게 된  생명보험업계가 대응 방안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금융감독원 방침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면 향후 지급금 규모가 더 커진다. 반면 소송을 걸자니 금융당국에 맞서는 모습이 된다. 또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로 가서 시간을 벌 수도 있지만 민원등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을 놓고 생보업계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은 지금까지 자살보험금 민원이 접수된 12개 생명보험사에 대해 "이달 말까지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같은 안건에 대해 ING생명을 제재하고 "560억원을 추가 지급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생보사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하지만 속 시원한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첫 번째, 금감원 지도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고 민원을 조용히 해결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접수된 민원은 총 39건으로 삼성생명(032830)과 ING생명이 각각 10건으로 가장 많고, 한화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나머지 생보사가 1~3건 정도다.

미지급액이 한 사람당 1억~2억원 정도지만 민원에 쉽게 합의하게 되면 추가 민원이 폭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이 보험사로부터 보고받은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최소 2197억원이다. 업체별로 보면 ING생명이 471건, 삼성생명이 713건, 교보생명이 308건 등이다.

두 번째, 개별 민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을 미루는 것이다. 채무부존재 소송이란 특정 사안에 법적분쟁이 있을 시 법적 근거의 적용 여부를 가리는 민사소송이다. 시간은 벌 수 있게 되지만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에 대한 금감원 결정에 정면으로 맞서는 격이다. 또한 ‘신뢰를 어겼다’는 여론의 거센 반발을 맞게 된다.

세번 째,금융분쟁조정위원회로 가는 방안이다. 이달 말까지 금감원 지도에 답을 주지 않을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분조위로 해당 안건이 자동 상정된다. 분조위는 위원장을 맡은 최종구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오순명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당연직으로 대학 교수, 변호사, 의사, 소비자단체 등 7~11인으로 구성된다.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소송의 경우처럼 여론의 질타는 피할 수 없다.게다가  민원등급 평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해당 생보사들은 엉거주춤한 모습이다.  대부분 금융당국의 제재 통보를 받은 ING생명이나 업계 맏형인 삼성생명이 총대를 메주길 바라는 눈치다. 한마다로 생보업계는 '총체적 딜레마'이다. 금감원 생명보험검사국은 지난달 초 분쟁조정국과는 별도로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정상 지급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조만간 특별검사에 들어간다.  이대로 질질 끌다가 여론이 나빠지면 국회 국정감사에 금융사 CEO가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기식 의원이 자살보험금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탓이다.

그러나 생보업계의 자살보험금 문제는 '자업자득'의 성격이 강하다. 평소에는 "약관대로"를 외치며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아는 그들이 명백히 약관에 규정돼 있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이율배반'의 모순인 까닭이다. 현재 보험 민원은 전체 금융 민원의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경질설이 나도는 최수현 금감원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주요 관심사다. 이래저래 가시밭길을 걷는 생보회사들이지만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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