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트라우마'
'임영록 트라우마'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10.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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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금융당국 입김..회추위 역할 변화

 
KB금융지주 회장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일 후보 8명을 선정하고, 곧바로 공개했다. KB금융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5명과 외부 출신 3명이다. 회추위(사외이사 8명)가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할 오는 16일이 1차 관문이다. 최종 후보는 이달 말 정해진다.

이런 가운데 “KB금융그룹 관련 일은 더 이상 묻지 말아 주세요”라는 말이 유행이다. 금융당국자들은 KB금융 회장 추천 관련 언급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 과거 회장 선임 시 적극적으로 여론 향방을 살피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되도록이면 KB와 엮이면 안 된다’며 몸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종의  ‘KB 임영록 트라우마’ 증상이다.

금융계에선 이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 전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때문으로 풀이한다. 한 관계자는 “KB금융처럼 낙하산 인사가 많은 조직을 잘못 건드리면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KB금융 새 회장 선임에 조금이라도 입김을 미칠 수 있는 정부부처 관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꼭 다문다. KB금융 회장 후보에 오른 인사들이 특정 실세를 거론하며 “나를 돕고 있다”는 식의 ‘자가발전’을 하고 다니는 지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실제로는 아무 관계가 없는 데도 엉뚱한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기 탓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KB사태는 관치의 부작용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어떤 꼬투리도 잡혀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KB내분은 전산 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분란으로 시작됐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낙마한 상태이다. 따라서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내부 출신이 낫다는 주장이 나온다. 상당수의 사외이사들이 이런 주장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사외이사는 "같은 값이면 내부 출신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KB금융이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 갈등에서 자유로운 외부 인사가 적격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KB금융이 이른 시일 안에 회장 선임 후 조직이 빨리 안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권에서는 각 후보의 장점과 약점에 대한 평가가 무성하다. "무게감이 떨어진다" "중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등 흠집 내기도 시작됐다. 공개 검증을 선택한 회추위의 후보 명단 공개가 다소의 부작용을 낳고 있기도 하다. 종전 KB금융의 인사를 주무르던 금융당국의 입김이 보이지 않고, 회추위가 모처럼 제목소리를 내는 것 같아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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