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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금리의 '비밀'
가산금리의 '비밀'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10.0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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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수익성 빌미로 '은근슬쩍' 금리인상 되풀이

 
가산금리(스프레드, spread)는 말 그대로 자체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금리를 말한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결정된다. 은행들은 자금을 빌려줄 때 대출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가산금리를 다르게 결정한다. 기간, 신용도, 담보 등에 따라 대출금리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즉 대출 등의 금리를 정할 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를 말한다.

지난 2011년 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직장인 A씨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소식을 듣고 은행에 금리를 조회했다가 깜짝 놀랐다. 금리가 6.44%로 예상과 달리 높아졌기 때문이다. 황당해하는 A씨에게 은행은 “최근 신용상황과 은행 여건 등을 고려해 가산금리가 인상된 탓”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올린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봐도 ‘영업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고객만 봉”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연 2.50%→ 연 2.25%) 내렸지만 금리인하를 체감하는 소비자들은 드물다. 대부분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폭보다 낮게 금리를 찔끔 인하하거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되레 금리를 인상한 곳도 있다.

알다가도 모를 대출금리의 비밀에는 바로 이 ‘가산금리’가 있다. 은행들은 영업비밀이라며 산정방식을 공개하지 않지만 가산금리는 크게 신용위험도ㆍ업무비용ㆍ목표이익률과 지점장 전결금리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신용위험도는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준 뒤 떼일 확률로,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커진다. 업무비용은 대출자 신용도 조사 등에 들어간 비용이다. 상환능력이 확실하지 않을수록, 부실 위험이 클수록 가산금리도 높다. 적용하는 항목과 가중치 여부도 은행이 자율로 정한다. 은행별로 가산금리 변동 폭의 차이가 크고, 패턴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 농협, 외환, 하나, 한국SC,부산은행 6곳은 지난 8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최근 대출금리를 올렸다. 이들 은행의 9월 평균 대출금리는 8월에 비해 일제히 상승했다.기준금리는 내렸지만 가산금리를 그보다 더 많이 올린 것이다.

은행들은 저금리, 저수익 경영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보통 금리 하락기에는 가산금리를 높이고, 금리 상승기에는 가산금리를 그대로 유지한다”면서 “최근 저금리 기조와 정책금융역할 확대로 은행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무조건 은행만 잘못됐다는 인식은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일반적으로 신용도가 높아 위험이 적으면 가산금리가 낮아지고, 반대로 신용도가 낮아 위험이 많으면 가산금리는 높아진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시 부족했던 달러화를 해외에서 차입하거나 외평채를 발행할 때 높은 가산금리를 지불한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대외신인도가 그만큼 낮아진데 따른 것이다.

신용도에 따라 합리적으로 가산금리를 책정하는게 아니라 은행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비밀리에 가산금리를 운용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부당한 금리책정에 대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 저축은행, 신용카드사 등 금융기관의 부당 금리 인상 실태를 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행차 뒤 나발’이나 ‘뒷북행정’이 아닐 수 없다. 금융소비자는 항상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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