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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세 유감
휘발유세 유감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4.10.0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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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제품 가격보다 더 비싼 '역전 현상'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종류의 세금을 낸다. 영업을 해서 돈을 벌었으면 소득세를, 집이나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자동차세를 납부한다. 물건을 사면 그 값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된다. 술값에는 주세가, 담배값에는 담배소비세가 들어있다.

미국 건국의 주역 중 한 사람인 벤자민 플랭클린은 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라며 세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세금을 부과하기 전 휘발유 가격보다도 더 비싼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휘발유 1에 붙는 세금이 제품 가격보다 더 비싼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셈이다.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이 7일 집계한 보통 휘발유 1에 부과된 세금 총액은 올 1월부터 8월까지 기간동안 969.27원으로 세금 이전의 휘발유 평균 가격인 899.87원보다 더 높았다.
 
1보통 휘발유에 부과되는 969.27원을 내역별로 보면 교통에너지 환경세 529.0, 교육세 79.35, 주행세 137.54, 수입부과금 16.0, 관세 20.47원 그리고 부가세 186.91원 등이다. 여기에 휘발유 원가를 더하면 일선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이 산출되는데 올 들어 8월 말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평균 1869.14원이 된다. 이 경우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몫은 무려 51.9%.
 
기름 값에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된 것은 휘발유 원재료의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데 세금은 내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세금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류세에서 가장 비중이 큰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정부가 고시로 정한다. 교육세·주행세 등은 교통에너지환경세에 연동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이상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내려야 한다. 유류세에서 가장 비중이 큰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정부가 고시로 정하고, 나머지 교육세·주행세 등은 여기에 연동한다.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세금을 조정할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세수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아 선뜻 손을 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작년 국세수입(201965억원)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132477억원)의 비중은 6.6% 이다.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을 충실히 반영해 휘발유 가격을 내려도 하방경직성이 나타난다. 정작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 바로 세금 때문이다.
 
세금은 정치·사회제도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와 관련한 역사적 사건도 많다. 미국 독립혁명,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모두가 과세를 둘러싼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 우리나라 조선후기 田政(전정), 軍政(군정), 還穀(환곡)의 삼정(三政)의 문란은 잇단 민란과 사회해체로 이어졌다.
 
세금은 사람들의 행동양식도 변화시키곤 했다.러시아의 표트르(Pyotr) 대제는 서구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하여 남자들의 긴 수염을 깎도록 하였으나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수염을 기르는 남자에 대해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그토록 반발하던 남자들이 세금을 아끼기 위해 너도나도 수염을 깎기 시작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논어에도 어느 여인이 세금을 뜯어가고 백성을 못살게 구는 악질관리를 피해 호랑이가 득실대는 산속에 산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올들어 불경기로 세금징수율이 형편없다고 한다. 세금이 없이는 나라살림이 불가능한다. 그런데도 휘발유세가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일이 벌어졌다고 하니 뭔가 마음 한편에선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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