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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IBM-삼성
애플- IBM-삼성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4.10.2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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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차이가 기업의 승부 갈라

 
엇갈린 운명-.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양대 산맥인 애플사와 IBM의 희비가 엇갈린다. 애플사가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으로 승승장구하는 반면 IBM은 10분기 연속 매출 감소라는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30여년 전 개인용 컴퓨터(PC) 분야의 선두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두 경쟁 업체는 한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 똑같이 슬럼프에 빠진 경험이 있다. 그러나 시장변화 대응능력을 놓고 두 기업의 운명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애플사는 20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85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4% 증가한 421억2300만달러였다. 애플의 ‘깜짝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는 아이폰 판매 실적 덕분이었다. 이번 분기에 아이폰은 전년보다 16.2% 늘어난 3927만2000대가 팔렸다.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의 평균 예상치보다 100만대 이상 많다. 게다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량은 아직 포함시키지 않은 수치다. 애플사의 다음 분기 실적 역시 장밋빛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넘어서 ‘애플 페이(Apple Pay)’라는 새로운 사업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나 현금을 대신해 아이폰을 갖다 대면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애플은 애플페이 시스템을 통해 아이폰 신제품 판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IBM은 심각하다. IBM은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이 4% 줄었으며 순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억달러에서 1억8000만달러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IBM의 매출은 이미 9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태다. 이 같은 악재 탓에 20일 IBM의 주가는 장중 8% 가까이 추락하면서 3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1년 IBM에 거액을 베팅한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은 순식간에 10억달러가량 손실을 봤다.

애플과 IBM의 엇갈린 운명은 사실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IBM 컴퓨터와 애플의 매킨토시는 세계 PC 시장을 양분한 최고의 라이벌이었다. 그러나 애플의 매킨토시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내놓은 저가의 운영 체계에 시장을 잠식당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 급격한 침체를 겪기 시작했다. 이때 애플은 기민하게 변화를 꾀했다. 재빨리 신기종을 개발해 주력 사업을 바꾼 것이다. 애플은 2001년 아이팟을 처음 출시하자마자 시장에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으며 1억대를 팔아치웠다.

반면 IBMPC 시장에서 손을 뗀 것은 그보다 한참 늦은 2005년이었다. 게다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IBM으로부터 고가의 하드웨어를 구매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어졌다. 시장 분석가인 대니얼 아이브스는 “IBM은 험비 지프를 위한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지만 고객들은 이미 전기차 테슬라를 구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는 이날 3분기 실적부진의 원인 중 하나인 반도체 생산부문을 글로벌파운드리스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투자은행 UBS의 분석가인 스티브 밀루노비치는 “IBM은 회사를 개조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고통을 거쳐야 한다”고 단언했다.

결국 혁신의 차이다.이제 단순히 빠르게 추종하는 것(fast foiiower)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혁신의 선도자(first mover)가 돼야 한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스마트폰을 2배이상 팔고도 영업익은 애플의 절반 밖에 안된다. 갤럭시 2대 팔아야 아이폰 1대 매출에 해당한다. 대당 판매가의 하락폭도 더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만 해도 스마트폰 수익성 면에서도 애플을 곧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삼성은 마케팅 비용 증가를 주된 실적하락 이유로 설명했다. 그러나 좀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삼성과 애플의 엇갈린 실적 명암은 '시장 전략'과 '제품 생산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그동안 풀 라인업 전략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비롯해 중저가 제품까지 모두 생산해왔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 단일 품목에 집중해왔다. 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급증할 때는 삼성전자의 다품종 생산 전략이 먹혀들었지만, 최근 주요 선진국 프리미엄 시장이 정체를 겪고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에 밀리면서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더욱이 삼성은 스마트폰의 설계부터 부품 소싱, 생산까지 모두 수직 계열화한 구조여서 제조비 부담이 애플에 비해 높을 수 밖에 없다. 시장 공략 실패시 돌아오는 실적 악화폭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애플은 대만 폭스콘 등으로부터 전량 외주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삼성과 달리 애플은 단말기 매출 외에도 아이튠즈 등 서비스 매출, 소프트웨어 매출 등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누구든지 단순히 개량만 해서는 안되며, 뭔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근본적인 혁신을 하는 기업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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