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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의 '인간승리'
윤종규의 '인간승리'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10.2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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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출신 비주류의 '화려한 대관식'

 
학연-지연-혈연의  '3연'이 판치는 한국 금융계에서 '인간승리의 신화'가 탄생한 것일까.

상고 졸업생 행원이 꼭 40년 만에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 회사의 회장이 됐다. 22일 KB금융 회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 단독후보로 최종 확정된 윤종규 회장 내정자(이하 내정자) 얘기다.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의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단독 후보인 만큼 사실상의 회장이다.

광주상고를 나온 윤 내정자는 1974년 상고생들의 꿈이라는 은행(외환은행) 입행으로 고등학생 시절의 작은 목표를 이뤘다. 윤 내정자와 고교 동기인 한 금융사 임원은 “집안에서도 형제.남매가 많은 대가족의 한명이었던 윤 내정자는 고교 때부터 성적이 빼어났었다”고 회고했다.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그는 주산과 부기(장부 기입)같은 당시의 은행 업무도 잘 했지만 학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성균관대(경영학과)를 다니면서도 은행원 생활을 너끈히 해냈고 이내 공인회계사와 행정고시 시험 준비에 뛰어들었다.

이번 회추위원들의 최종면접에서의 발표와 선정결과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시험에 늘 강했다. 회계사 시험과 행시 모두에 합격했다. 하지만 그는 학내 시위와 연관됐다는 문제 제기(시위 전력으로 구류를 살았다) 등으로 공무원에 임용되지는 못 했고 회계법인으로 발길을 돌렸다.

명문대 상대 출신이 즐비한 회계법인(삼일회계법인)에서도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업무처리 능력으로 파트너를 거쳐 부대표에까지 이르렀다. 48세 시절 그는 큰 변신을 선택하게 된다. 당시 상고 출신 파트너 회계사인 그 못지 않게 금융계에서는 이단아(증권사 임원 출신의 은행장)로 꼽혔던 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이 손을 내밀면서 2002년 국민·주택 합병 후 1기 경영진으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김정태 당시 행장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서 수차례 만남을 자청했고 난색을 표하던 윤 내정자가 승낙하며 국민은행 영입에 성공하자 크게 기뻐했다는게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의 회고다. 김정태 행장과 당시 윤종규 부행장(재무본부장)은 은행원 특유의 보수성이 강하고 국책은행의 때가 벗겨지지 않은 국민은행의 분위기 속에서도 손발을 맞춰 국민은행의 전성 시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부행장은 국민은행 재직 시절 국민은행 출신과 주택은행 출신들 간의 보이지 않는 편 가르기 속에서도 양쪽 모두에게 인정을 받을 만큼 신망이 두터웠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카드대란과 카드사태를 겪으며 국민은행이 국민카드를 흡수합병하면서 처리한 회계처리 문제로 고 김정태 전 행장과 함께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2004년 말 국민은행을 떠나게 된 것.

일각에서는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 등을 등에 업고 그가 법적 공방을 택할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지만 그는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그는 "조직에 부담이 되지 않겠다"며 사퇴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회계처리 오류를 이유로 40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국민은행이 소송을 통해 승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윤 전 부사장도 명예회복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금융권을 떠나 있던 그를 다시 KB금융.국민은행으로 불러들인 이는 2010년 어윤대 당시 KB금융 회장이었다. 금융계 4대 천왕으로 불리기도 했던 실력자였지만 어 회장은 조직 장악 등을 위해 조력이 필요했고 전문가 윤종규의 실력을 원했던 것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로 복귀한 그는 여전한 업무 능력과 KB에 대한 헌신적 업무로 이후 은행장 선출을 위해 실시한 직원 설문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장 선임에까지 이르지는 못 했다.

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온 것은 KB사태로 상징되는 위기가 닥치면서였다. 국민은행장과 KB 회장 동시 부재라는 위기 상황에서 그는 내부 출신 유력 후보로 항상 거론돼 왔다. 4명의 최종 후보군으로 압축될 때는 직업이 은행장이라는 하영구 씨티은행장과 경합을 벌였다. 윤 내정는 재무, 영업, 리스크관리, 인수합병(M&A) 등 핵심 업무에 두루 거친 전략통이다. 노동조합을 포함한 KB금융 내부 직원들의 신망도 두텁다.

그는 합리적인 성품으로 직원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등 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윤 내정자의 고교 시절 이후부터의 친구인 최순권 유진투자증권 감사는 “윤 내정자는 은행원 시절이나 부행장 시절이나 친구들과 소탈하게 소주잔을 기울였고 어려운 친구나 성공한 친구나 한결같이 대해줬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상고 출신 천재라는 그의 별명 못지 않게 자식 농사도 잘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딸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로 재직 중이고 아들 역시 그의 뒤를 이어 공인회계사에 당시 최연소로 합격했다. 광주상고(현재 동성고) 출신으로 현재 금융계에 몸담고 있는 이로는 권점주 신한생명 부회장, 양현근 금융감독원 선임국장, 금감원 출신(증권감독국장)인 최순권 유진투자증권 감사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과거 소외를 받았던 지역문제로 이번엔 오히려 혜택을 봤다는 분석도 있다.현 금융계 실세들이 대부분 PK-TK실세들이어서 영남을 피하려다 보니 호남 출신인 그에게 행운이 돌아갔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에게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이 없었다면 그런 행운이나마 거머쥐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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