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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귀는 '당나귀 귀'?
미래부 귀는 '당나귀 귀'?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4.11.0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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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 대란은 '예견된 참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신라 제48대 경문왕 때 의관을 만드는 복두장(幞頭匠)은 홀로 아는 비밀을 평생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죽게 됐을 때 도림사(道林寺)의 대밭에 들어가 대나무에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의 귀"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뒤 바람이 불 때면 대나무는 소리를 내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했다. 그리고 순식 간에 그 소문이 도성에 퍼져 나갔다. 임금은 이것을 싫어하여 대나무를 베어 버리고 그곳에 산수유를 심었다. 하지만 그 뒤에도 바람이 불면 "임금님 귀는 길다"고 하는 소리로 변했다고 한다.
 
'10만원대 아이폰6'가 어둠이 짙은 시간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면서 예약판매를 통해 단말기를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싸게 살 수는 없지만 차별은 받지 않도록 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공시 지원금에 유통점에서 추가로 15%까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40여만원을 웃도는 '불법 보조금'이 살포된 것이다.
 
예약판매를 통해 아이폰6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기껏 예판해서 아이폰 샀더니 이게 뭐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트위터에도 "예약 판매로 출고가 주고 산 사람들만 호갱됐다"거나 "예약판매자들은 모두 이 사태에 단단히 화가 나있으니 소급 적용해 주든지 개통을 철회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아이폰 예약 구매자들은 지난 31일 아이폰 6의 공식 개통을 앞두고 홈페이지를 통해 치열한 예약 경쟁을 벌였다. 특히 이 중 일부 소비자들은 밤을 새워가며 매장에서 줄을 서 힘들게 아이폰을 구매했다. 불과 이틀만에 가격이 10만원대로 추락하면서 '정책을 믿으면 손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단통법은 과거 일부에게만 과도하게 집중된 보조금을 이용자들이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이동통신사들이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와 요금경쟁을 하도록 유도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불법 보조금을 뿌리다 적발되면 이통사는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내야 하고, 해당 대리점과 판매점도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이통 3사가 아이폰6에 보조금을 대거 풀면서 이 같은 단통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단통법 시행 한 달을 맞아 폐지론이 거센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 윤종록 차관이 전국민 호갱님법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윤 차관이 단통법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다수의 소비자들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이다정부는 자급제용 단말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을 들어 단통법 폐지론이 시기 상조라고 지적한다. 스마트한 소비자들 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도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강조한다. 하지만 다수의 소비자들은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비판의 중심에는 저가 요금제에 대한 낮은 보조금이 깔려있다.
 
단말기 값을 제값주고, 그것도 고가 요금제에 묶일 수 밖에 없던 호갱님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들에게는 전혀 장점이 없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폰6 대란이 발생, 단통법은 제대로 시행도 못해보고 사실상 절름발이 법으로, 사문화(死文化)가 된 셈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문제가 많다며 단통법 폐지론을 주장했다. 그런데도 미래부는 이를 애써 외면해 왔다.
 
네티즌들은 단통법은 개정이 아니라 폐지를 해도 모자란다라는 반응이 여전히 주를 이룬다. 그런데도 미래부는 혼자서만 문제가 없다고 고집을 부리는 인상이다. 아무래도 미래부 귀는 '당나귀 귀'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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