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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천민 자본주의' 논란
삼성家 '천민 자본주의' 논란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4.11.1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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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변칙 등 비상식적 '富의 대물림'이 문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의 걸작 ‘21세기의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이 올해 중요한 경제서가 된 한 해였다. 아마 틀림없이 소득과 부의 불평등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피케티는 소수의 경제 엘리트의 수중에 소득의 집중이 증가하는 것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우리가 세습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로 돌아가는 도중에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러한 세습자본주의에서는 경제의 관제고지(주도 세력, commanding heights of the economy)가 재산에 의해서 뿐 만이 아니라 또한 물려받은 재산에 의해서도 지배되며, 출생이 노력과 재능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 상장 덕분에 상장사 주식부자 4위로 올라섰다. 그는 재벌3세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을 제치고 상장수 주식부자 1위를 차지했다. 삼성SDS 상장 첫날인 14일 기준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지분가치가 38541억 원을 기록했다.
 
이 부회장은 상장사 주식가치를 기준으로 매긴 순위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1654억 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64715억 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59291억 원)에 이어 4위에 올랐다. 5위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38279억 원), 6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35754억 원)이다.
 
이 부회장의 상장사 주식가치는 삼성SDS 상장 전인 지난 달 22일 기준 37698억 원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주식가치보다 순위가 낮았다. 그런데 삼성SDS 상장 뒤 주가가 뛰면서 이 부회장은 상장사 주식가치 순위에서 정의선 부회장이나 최태원 회장을 제쳤다.
 
삼성SDS는 상장 첫날인 14일 시가총액 253400억 원을 기록해 6위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을 870만 주(11.25%)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가치도 9887억 원에 이르렀다. 두 사장은 삼성SDS의 지분을 각각 3.9%(301만 주)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 상장의 또 다른 수혜자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이 꼽힌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주식 300만 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첫날 기준으로 주식가치는 1234억 원으로 집계돼 주식부자 1조 클럽에 진입했다.
 
삼성SDS는 기업공개 이유로 글로벌 ICT서비스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실탄 확보가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총수일가의 상속일환으로 해석한다. 임박한 제일모직의 기업공개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이래 삼성그룹 상속문제가 크게 대두한 탓이다. 이 회장 개인재산이 13조원으로 추정된다. 상속세만 무려 65천억원에 이른다. 순환출자 해소 등 그룹의 구조조정을 위한 막대한 현금수요는 또 다른 숙제다.
 
삼성은 철저히 3세 상속을 철저히 준비해 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1994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08천만원을 받아 16억원을 증여세로 낸 뒤 나머지 448천만원으로 비상장의 삼성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매입했다 상장 직후에 되팔아 5635200만원으로 불렸다. 이 돈으로 1996년 에버랜드가 발행한 전환사채(CB)1999년 삼성SDS와 삼성SNS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확보했다. 이 와중에서 헐값매각 시비가 불거졌다. 300배에 육박하는 삼성SDS지분 시세차익 때문이다.
 
삼성SDS는 삼성SNS를 합병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도 벗어났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이 자회사인 삼성자산운용의 지분 100%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252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기도 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종자돈으로 불과 20년만에 수백조원을 호가하는 국내 최대 기업집단의 경영권을 장악한 셈이다.
 
문제는 편법과 변칙 등 등 비정상적인 부의 대물림이 가시화한다는 점이다. 국내 유수한 재벌들의 상속 과정을 보면 사실상 삼성의 복제판이거나 대동소이하다. 이러다가 한국의 자본주의가 진정한 기업가정신은 간 데 없고, 오로지 일확천금 만을 향한 천민적인 세습자본주의로 이행할까봐 걱정이다.
 
지난 여름 피케티의 세습자본주의 이론이 한국을 강타하고 지나갔다. 우리나라가 아직 거기까지는 갔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삼성SDS 상장을 계기로 피케티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만은 사실이다. 미국의 1%의 부상은 투자에 의한 소득보다 임원 연봉과 보너스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최고 부자 10 명 가운데 6명은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이기 보다는 상속인들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오늘날 경제 엘리트의 자녀들은 엄청난 특혜를 받는 위치에서 출발한다.
 
피케티 이론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한국의 현실에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 같은 우리나라 재벌들의 편법 또는 변칙 상속과정이 세습자본주의를 부채질하고, 한 계열사의 상장 만으로도 앉아서천문학적인 액수의 돈방석에 앉은 재벌들의 행태가 그렇지 않아도 매일매일 민생에 쪼들리는 시민들의 조롱을 받아가면서 세태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천민자본주의라는 용어는 막스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에서 근대 이전의 비합리적 자본주의, 정치기생적 자본주의 등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했다. 종교적으로, 도덕적으로 천하게 여겨졌던 천민 출신들이 상업과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자본을 축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본가로 성공한 천민들이 벌어들인 자본만큼의 자본주의 문화나 정신을 형성하지 못하고 돈벌이에만 집착함으로써 천민자본주의가 생겨난다고 설파했다.
 
천민자본주의는 기업인들이 합리적이고 도덕적으로 기업활동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투기나 고리대금에 의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정관계의 권력이나 로비와 결탁을 통해서 부당한 이득을 합리화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의 상속과정이 세습자본주의나 천민자본주의의 과정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이러한 세습-천민 자본주의적 행태가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기는 커녕 오히려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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