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22:05 (화)
언제까지 '깜깜이 인사'인가?
언제까지 '깜깜이 인사'인가?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11.20 00:40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쇄적인 은행연합회장 내정설 둘러싼 혼란

 
세상에 100% 완벽한 인사는 없다. 그래도 어떻게 선임과정이 진행된 지도 모르는 것은 무책임하다. 요즘 정부인사와 은행연합회장 인사의 공통점은 인사의 배경이나 이유조차 설명이 어려운 ‘깜깜이 인사’라는 점이다. 

19일 금융권의 큰 관심사중 하나는 전날 알려진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의 차기 은행연합회 회장 '내정' 소식이었다. 하 전 행장이 유력하다는 평가는 줄곧 나왔지만, 실제 선출 권한을 가진 회원사 은행장들마저 모르는 내정설에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어제 하 전 행장의 내정 소식이 보도된 후 은행권에선 각 은행장들이 서로 '하 전 행장이 내정된 게 맞느냐'고 묻는 진풍경이 벌어졌다"며 "결국 내정 소식의 진원지가 '당국'으로 추정되면서 의문이 해소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혼란은 은행연합체의 '깜깜이' 선출 절차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24일 예정된 은행연합회 정기이사회 직후 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결정한다. 내·외부 공모절차조차 생략한 채, 하루 만에 단독 후보를 선출해 22개 정회원의 투표를 거쳐 총회에서 결정하는 구조다.

이는 다른 금융업 협회장의 선출 과정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우선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모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해 신임 회장 후보에 대한 공모 절차를 진행한다. 다음 달 8일 김규복 현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생보협회는 회추위원 각자가 단수 또는 복수로 후보를 추천하고, 25일 2차 회추위에서 후보군을 압축한다.

손보협회 역시 이사직을 맡은 6곳의 회원사 대표와 관련 학계 등 전문가 2명이 회추위를 구성해 복수의 인사를 후보군으로 추천한다. 최종 후보군의 규모는 규정돼 있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2명 이상의 복수 후보가 올라가고, 회원사 투표로 선출한다.

카드·캐피탈사가 회원사인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2010년부터 상근 회장을 선출해 왔으며, 협회장 선출 공고-지원서 접수-이사회 개최-총회 개최 순으로 회장을 선출한다. 상근 체제 전환 후 모두 관료 출신 인사가 선임됐다는 실질적 한계는 있지만, 적어도 선출 절차는 공모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반면 은행연합회는 회추위와 같은 공식 기구 구성은 커녕 내·외부의 공모 또는 사전 검증 절차조차 생략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역시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것 외의 공식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금융권에선  회원사들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좋은 인물 영입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탓으로 분석한다. 불투명한 인사 절차에 대해 은행연합회장이 전통적으로 관료사회에서 내리꽂는 '낙하산' 형태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은행연합회장 10명 중 7명이 관료 출신이었다.

하 전 행장의 내정설 역시 다른 후보에 비해 금융당국과의 '친분이 두텁다'는 평가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왑 체결을 위해 하 행장이 미국 씨티그룹과의 네트워크를 활용, 금융당국이 고마워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은행연합회는 금융업 협회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동시에 신용정부 집중기관이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 추천권을 가진 매우 중요한 자리다. 그래서 관료 사회의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명천지에 은행연합회장같은 중요한 자리의 인사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처럼 여전히 폐쇄적이라는 점은 문제다.

정부가 필요해서 쓰려는 사람이면 굳이 깜깜이 인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 누군가가 좌지우지해서 나오는 인사라면 아예 내정 결과를 금융당국이 공식 발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선임과정을 잘 모르면서 내정된 사람을 은행연합회 이사들이 모여서 그저 박수나 치면서 뽑는다면 이는 '거수기' 역할에 그칠 뿐이다. 관피아 폐해를 막기 위해서 손보협회-생보협회장 인사를 자율적으로 진행하면서 은행연합회장은 종전처럼 낙하산으로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은행연합회의 페쇄적인 수장선출 과정은 관치금융의 연장일 뿐인 까닭이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