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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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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4.11.2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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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사태' 무책임 사외이사 '퇴진' 공방

 
금융권 사외이사제는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본연의 기능이다. 하지만 대학교수 등 일부 사회집단의 밥그릇(부업)으로 전락한 게 사실이다. 경영자를 위해 거수기가 돼 주는 것도 모자라 경영자와 결탁해 서로 이익을 주고받기도 한다.

KB금융 내분사태는 사회이사제의 허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외이사들은 경영자들과 함께 편을 갈라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서로 연임하는 데 뒷배가 되기도 한다. 일반 기업의 경우도 그렇지만 특히 공공성이 강한 금융회사의 사외이사제가 이래서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2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윤종규 KB지주회장을 선임하기 위해 열린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해 "KB 사태를 두고 지주 이사회는 무책임했다"며 사외이사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소장은 이날 주총에서 "KB 사태를 일으킨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는 2년 전인 2012년부터 진행된 사업으로 KB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KB 사태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 소장은 "수천억 원의 자금이 투입돼 이권 다툼의 소지가 다분한 주 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KB금융지주 이사회가 보고나 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난 5월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 간 갈등이 심화될 때에도 사외이사들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가 KB사태에서 눈치보기나 했다면서 "두 수장들이 퇴임할 때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사회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신임 회장을 어떻게 뽑았는지 과정을 얘기하고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소장의 이러한 질타에 사외이사들도 사태를 지켜만 볼 정도로 무능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윤웅원 KB금융 회장 직무대행은 "주 전산기 교체는 국민은행의 경영 사항으로 지주사 이사회가 공식적으로 보고를 받지 않았고, 금융감독당국의 검사가 진행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 소장은 "핵심 자회사인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일인데 지주사 이사회가 제대로 보고받지 않고 당국의 검사가 진행 중이라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이사회가 선정한 신임 회장 후보를 어떻게 주주들이 인정하겠느냐"라며 몰아붙였다. 그러자 김영진 사외이사는 "이사회가 더 잘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는 있다"면서도 "KB금융 이사들은 경험과 덕목 등 모든 면에서 대중으로부터 질타를 받을 분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주전산기 교체문제를 둘러싸고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충돌하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는데도 사외이사들은 손 놓고 있었다. 은행장에 이어 회장이 물러나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고, 한 일이라곤 새 회장 겸 행장을 뽑은 게 전부다.  금융위원회가 20일 금융사 사외이사 자격요건 등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해 입법 예고한 건 만시지탄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사외이사제는 외부 전문가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직후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었다. 주인이 있는 기업의 경우 오너와의 개인적 인연을 통해, 금융기관은 최고경영자(CEO)나 정치권의 낙하산을 통해 선임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다보니 쓴 소리를 내기 보다는 거수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금융권 사외이사의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책임은 다하지 않은 채 경영진 선임과정에서 막대한 권한을 휘둘렀다. 때론 최고경영자와 유착하거나, 사외이사끼리 서로 자리를 대물림 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주요 금융그룹이 회장이나 행장의 승계 때마다 정치권의 낙하산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이를 막을 방안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KB금융지주 같은 사태를 더 이상 반복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제도 개혁의 성패는 취지대로 사외이사진이 구성되느냐, 사외이사들은 '거수기'나 '권력화'의 비난을 벗어나 제 기능을 다 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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