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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칼바람'
삼성의 '칼바람'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4.11.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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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불가피성..샐러리맨들의 '방황' 시작

 
그동안 정부나 채권단이 중간에 끼여 있지 않은 기업간 인수합병(M&A)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오너십에 대한 집착'이었다. 기업가들은 오너십에만 집착해 정작 수익성과 미래 발전 가능성이 낮은 사업을 버리지 못했다. 또 경쟁자간 M&A가 필요할 경우 "내가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우겼다.그러니 ”당신이 나한테 팔아라"라는 집착이 M&A를 어렵게 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번 한화와의 빅딜에서 오너십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과단성을 보였다. 화학과 방산에서 글로벌 메이저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글로벌 메이저가 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는 한화에 이들 사업을 넘긴 것이다. 

지금 국내 M&A 시장에서는 우리은행,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메가박스, KT렌탈, 대한전선, 금호산업, 금호고속, 홈플러스, 팬택, 한국토지신탁, 쌍용건설, 쌍용양회 등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관리중인 동부제철,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도 마찬가지다.
 
M&A와 구조조정은 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체질개선을 위해서 바람직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인력감축에 따르는 고용불안의 파급효과와 사회경제적 혼란이다. 삼성그룹에 불고 있는 인사태풍이 심상찮다. 일부 금융계열사에서 시작된 감원바람이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아직 ‘무풍지대’로 남아있는 삼성전자에도 휴대전화 실적 악화로 인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의 구조조정 바람은 지난 해 금융계열사에서부터 시작됐다. 금융계열사발 감원 바람은 점차 그룹 중심부로 세를 확장하며 이동 중이다. 제조업 계열사로까지 감원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달들어 40∼50대 차장·부장급 직원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신청자는 퇴직금 외 2년치 연봉과 일정 기간 자녀 학자금을 지원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달 중 그룹 차원에서 경영진단을 진행한 뒤 조직 통폐합이나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전환배치 결과 등에 따라 본격적인 희망퇴직이나 전·이직 지원 등 인원감축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최근 삼성테크윈 등 4개 계열사 매각에 따라서 이같은 풍문을 사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이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인력감축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게 변수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해체 시 유력한 시나리오로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내 전자·금융·건설 계열사를 총괄하는 방안을 제기한다. 삼성전자의 국제적인 인지도와 국가 경제 기여도 등 여러 상징성을 감안할 때 경영승계가 끝나기도 전에 삼성전자의 인력부터 감축하는건 여러모로 이 부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매각 대상 계열사 임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과 한화의 이번 빅딜로 인해 삼성에서 한화로 소속이 바뀌는 삼성 계열사 직원만 8천300여명에 이른다. 삼성과 한화가 임직원의 고용승계에 합의해 당장 일자리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지만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삼성의 울타리 안에서 지내온 직원들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다만 한화가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내비치는 직원들도 있다.

기업이 썩어가는 살을 제때 도려내지 않고 썩을 대로 썩어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상황까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과 같은 디플레이션 조짐 초입에 적극적인 M&A를 통해 각 기업의 핵심 성장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이 일견 바람직해 보인다. 우리는 이미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과 각종 M&A의 쓴 맛과 단맛을 모두 경험했다. 글로벌 1등기업인 삼성에서 부는 칼바람이 이 정도이고 보면 앞으로 우리 기업들에 몸담은 샐러리맨들의 애환과 방황이 어떨 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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