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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금융'의 유령
'정치금융'의 유령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4.12.0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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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서금회 파워' 금융권 핵으로 부상

 
한국 금융계에 정체불명의 유령이 출현했다. 과거 관치(官治)금융은 실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정권 실세라는 추측만 난무하는 정치(政治)금융이라는 허상이 은행장을 비롯한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한다.

한때 금융권 인사에 힘을 썼던 금융당국은 그저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 정치권 실세들이 유령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인 '서금회(西金會)'라는 단체도 등장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캠프에 있었던 인물들이 연결고리다. 이들은 결국 청와대 최종 인사권자들을 움직인다정치금융유령은 이사회와 주총까지 잇달아 연기하는 우여곡절 끝에 낙점받은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후보와 같은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부터 우리은행이나 기업은행 감사 자리까지 휩쓴다.
 
세월호 사태로 관료 출신을 일컫는 관피아(관료+모피아)’의 재취업이 막히자 정치 실세를 등에 업은 금융 문외한들이 금융계 요직에 무혈입성하는 형국이다. 쉽게 말하면 물러나는 당사자도, 통보하는 금융당국자도 모르는 유령이 금융계 요직 인사를 좌우하는 정치금융이 판을 친다. 공식 인사 시스템을 무시한 내리꽂기식 인사의 여파로 정치권 줄대기나 당국에 대한 투서가 늘어난다. 문제는 금융계 검증을 거치지 않은 비전문가들이 금융계 요직에 거침없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차기 우리은행 행장에 서금회 멤버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에 관치논란이 더욱 확산중이다. 금융권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겠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까지 마련한 금융당국과 관피아(관료+모피아)’ 척결을 외치던 정치권이 오히려 금융권 인사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금융권 인사의 파행을 부추기고 있다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22차 회의를 열고 복수의 차기 행장 심층면접 대상자를 선정했다.
 
전날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이순우 행장은 면접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면접 대상자에는 이 부행장 외에 김승규 부행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 3명의 복수 후보가 숏리스트에 올랐다행추위는 오는 53차 회의를 열어 이날 선정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9일 예정된 임시 이사회에 최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그러나 서금회 멤버인 이 부행장이 사실상 내정된 가운데 행추위의 이 같은 절차는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사실 '신(新) 관치'의 망령은 KB금융지주 사태때 정점을 이뤘다. 회장과 행장을 한꺼번에 퇴임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이뤄졌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금융당국은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일괄 퇴진을 요구했다. 사외 이사진이 사퇴를 거부하자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보류하며 압박을 가했고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전면 개정하면서 지난달 20일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의 자진사퇴를 이끌어 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선임되는 과정도 관치금융의 전형으로 지적받는다. 지난달 28일 은행연합회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그보다 1주일 앞서 내정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이사회 구성원인 박병원 당시 은행연합회장이나 주요 은행장들은 이사회가 열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신임 회장이 낙점됐다는 소식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초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측됐으나, 갑자기 부상한 하영구 내정설’이 모든 구도를 흔들어 놓고 말았다.
 
더욱 큰 문제는 금융당국과 함께 정치권의 개입이 노골화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신임 감사로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인 정수경 변호사가 선임된 것을 비롯해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는 정치권 출신 수십명이 최근 1년 새 감사와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했다. 관피아가 떠난 자리를 정피아(정치인 출신마피아)’가 점령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논란이 된 서금회 출신의 급부상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KDB 대우증권 신임 사장에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대우증권 부사장이 내정된데 이어 이번 이 부행장의 우리은행장 내정설로 서금회가 금융권의 핵으로 떠올랐다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인 서금회는 정권 초기 잠시 몸을 사리는 듯 싶었지만, 정권 중반기에 들어서면서 세를 불리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마친 지난 이명박 정권 때 고려대 출신들이 4대 금융지주 회장을 장악, '금융계 4대 천왕'으로 군림하듯이 말이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겠다며 사외이사 자격 강화 등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대한 금융권의 반응마저 냉소적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당국이 민간 자율에 모든 것을 맡기고 손을 떼면 지배구조 선진화는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관치금융은 어느 정도 능력 검증을 거친 사람들로 그나마 금융사 경영에 도움이 됐다.하지만 최근 일련의 예측 못할 인사 여파로 금융권이 멍들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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