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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선 후퇴' 김승연 회장의 도덕성
'2선 후퇴' 김승연 회장의 도덕성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4.12.0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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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執猶기간중 대표이사 불가능…사법질서 무시행태"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 주요 기업의 오너들이 등기이사를 사임했다. 당시 주총에선 대기업집단 오너들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다수 처리돼 관심을 모았다. SK, CJ, 한화그룹 등의 실형을 선고받은 오너들은 줄줄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판 및 수감 등으로 타의에 의해, 또는 경영 방침에 따라 스스로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 오너들이 줄을 이었다.

SK그룹은 최근 실형 선고를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고,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C&C, SK네트웍스 등 계열사 이사진이 대거 교체됐다.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임기가 만료된 CJ E&M, CJ CGV, CJ오쇼핑 등 3곳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포기했다

위장계열사를 지원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최근 사실상 현업에 복귀해 회장으로 직무를 개시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자숙해야 할 사람이 집행유예 기간중 경영활동에 나선 것은 기업인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망각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지난 3일부터 서울 중구 장교동 본사 사옥으로 출근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공식적으로 출근이나 경영 복귀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지난달 26일 한화그룹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테크윈 등 삼성 계열사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미 경영을 재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의 위장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배임) 등으로 올해 초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 벌금 50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최종 선고 받고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 7곳의 등기이사직을 전부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한국화약이 모태인 ()한화는 총포·도검·화약류단속법에 따라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1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대표이사를 맡을 수 없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4일 논평을 내고 한화 측에서 먼저 삼성그룹에 삼성테크윈 인수를 제안했는데, 삼성그룹이 방산업체 외에 화학계열사 등 총 4개 계열사를 인수할 것을 역제안했고, 한화그룹 실무자들은 삼성의 제의에 대해 부담스럽게 생각했지만 김승연 회장이 통 큰결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김승연 회장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한화그룹 계열사의 전문 경영인들이 거액의 투자의사결정 등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김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고는 하나 여전히 총수이자 사실상의 이사(shadow director)‘로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김회장이 회장의 지위를 이용한 업무집행지시자’(상법 제401조의2 2)로서 회사 및 그룹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우리나라 재벌 체제에서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사실상 그룹의 모든 정보와 의사결정을 독점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수행하지만,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등기이사 외에 의사결정에 참여한 자들의 책임소재를 묻기 어렵다면서 상법에 업무집행지시자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으나 입증책임 등의 문제로 인해 실제 법원에서 업무집행지시자의 책임이 인정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행유예 기간 중이라 이사직을 맡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총수로서의 권한만 누리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는 회사와 주주를 능멸하는 것이며, 나아가 사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화가 보유한 한화S&C 지분을 김 회장 자녀들에게 저가로 매각한 사건과 관련해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심에서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들이 일부 승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보면 한국식 오너경영 체제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경영진의 도덕성과 투명성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젠 더이상 1인 총수 중심의 불투명한 경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어려울 시대다. 기업의 사회적책임 뿐 아니라 오너일가의 도덕성이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진 탓이다. 이를 역행하는 기업은 생존자체가 쉽지 않은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휠체어에 탄 채 법의 선처를 호소하던 김승연 회장의 처량한 모습이 진심이었는 지 아니면 '야누스의 얼굴'이었는 지를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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