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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과 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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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4.12.1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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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리스크' 휩싸인 대한항공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으로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최대의 궁지에 몰렸다. 15년 전에도 항공사고로 오너 일가가 큰 수난을 겪은 대한항공은 경영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이 가운데 중요한 것은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이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회사의 위기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단순히 위기관리(risk management)차원을 넘어서 본질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항공은 이미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뼈아픈 충고다. 오랫동안의 가족주의적이고 전근대적인 경영스타일로 인한 오너 리스크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지적이다. 우리나라 재벌의 문제는 견제 없는 권력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대한항공에서는 유독 심한 것은 항공산업이 독과점인데다 외부에 노출이 덜 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서는 리더십 있는 전문경영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오너도 전문경영인과 경쟁하고 협력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그룹은 오너경영이지만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과 협업하는 형태라는 점애서 한진과 비교된다. 또 조양호 회장이 사과문에서 말했던 것처럼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가정교육에도 문제도 있다. 대한항공을 비롯해서 국내 재벌 3세들의 인성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재벌들이 3세로 넘어가는 과도기다.
 
그런데 한진그룹에서는 가풍이나 기업문화 때문에 3세들의 문제점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이라는 진단이다나아가 이런 비슷한 문제점은 우리나라 재벌 3세들의 공통적 특징이다. 창업자나 2세는 많은 것이 부족한 조건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면서 뭔가 일궈왔다. 그러나 선대에서 모든 것을 만든 다음 은수저를 들고 태어나고 온실 속에서 자란 3세는 자신과 환경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결핍될 수 밖에 없다.
 
현대 기업에서 각 그룹의 우열을 가늠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위기관리다. 대한항공의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이런 위기대응 메카니즘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한진그룹은 항공업이라는 위험요소가 있는 사업을 하는 회사다. 그런데 이 정도로 위기관리 능력이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미리 예측한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지가 기업의 성장과 존속에 중요한데 대한항공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다.
 
극도로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이며 폐쇄적인 사주일가의 가풍도 문제다. 이런 것이 영향을 미쳐서 그룹 전체의 위기관리 능력을 심각하게 마비시키고 말았다. 대한항공 측은 사건 보도 이후 사태를 덮으려는데 태도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사무장에 책임을 돌린 사과문으로 '불난데 부채질'하는 식으로 더욱 논란을 키우고 말았다.
 
대한항공이 초기에 무조건 엎드려 빌었으면 될 일을 아니라고 줄곧 거짓말과 변명만 늘어놓다가 사태를 이 정도로 크게 키웠다. 쉽게 끝낼 수 있는 문제를 오히려 더 키운 것이다. 과거 대한항공은 오너가 비행기 타면 페인트 벗겨진 곳에 펜으로 덧칠까지 했다고 한다. 기업 문화가 이렇게 합리적이지 않고 수직적이고 경직적인 곳에서 임원이 오너한테 '직접 사과해야 한다', '물러나야 한다' 이런 말을 할 수 없다"고 제대로 된 보고를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한진가 3세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이들이 경영 일선에서 모두 퇴진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 계속되는 탓이다.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난이다. 위기 상황이 오면 회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판단력이 중요하다. 삼성 같은 곳은 내부가 아닌 외부그룹에 물어보는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회사 내부에서도 대한항공의 오너 경영 체제가 문제라는 비판이 잇따라 나온다. 대한항공은 사주 집안 몇몇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회사가 아니지만, 현재 대한항공 경영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경영진의 권위적 인식을 바꾸고 직원을 가족처럼 존중하는 기업문화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새삼 창업(創業)보다 수성(守城)이 어렵다는 옛말이 설득력있게 들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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