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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MIT 천재들
삼성과 MIT 천재들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4.12.1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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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와 이재용의 '천재경영' 문화

 
"1명의 천재가 인구 10만명을 먹여 살린다.“-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명언이다. 그가 지난 27년 동안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원동력에는 오너로서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결단력 외에 특유의 인재론이 있었다. 통상 오너 경영을 하는 회사의 경우 극단적인 위기가 닥쳤을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전문경영인이 오너의 경영철학을 이해하지 못해 독단적으로 행동하거나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신뢰하지 못해 잘못된 길을 걷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달랐다. 윤종용, 이윤우, 최지성으로 이어지는 전문경영인들은 "1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이건희 회장의 '천재론'을 몸소 입증해 왔다. 윤종용 삼성전자 전 부회장은 삼성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지난 1980년 중반 윤 전 부회장은 VCR 사업부를 맡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잠시 필립스와 현대전자로 회사를 옮기기도 했다. 그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이 회장이었다.
 
한때 삼성전자는 DVD 사업이 시작되자 고민에 빠졌다. DVD를 보급하고는 싶은데 콘텐츠 대부분이 VCR 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윤 전 부회장은 고민하는 기술자들에게 "DVD 플레이어에 VCR 기능까지 집어 넣으면 된다"고 지시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북미 DVD 플레이어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게 된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처리하는 모습은 이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서의 난제를 해결하던 모습과 흡사하다. 이윤우 전 부회장은 이 회장이 인정한 진정한 천재로 평가 받는다. 컬러TV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던 시절 64K D램 개발을 맡아 이를 성공시켰다. 그는 진대제, 황창규 등 삼성전자 반도체를 꽃피운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삼성전자의 근간을 다졌다.
 
미래전략실장을 맡고 있는 최지성 부회장은 '글로벌 1위' 달성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물이다. 지난 1985년 삼성반도체 구주법인장을 맡은 최 부회장은 본인의 자동차에 직접 반도체를 싣고 다니며 유럽 각지의 거래처를 직접 만났던 일화가 유명하다.최 부회장의 능력을 한눈에 알아본 이 회장은 1993년 한국으로 그를 불러 들여 비서실 전략 1팀장 자리를 맡겼다. 이후 디스플레이, 디지털미디어 총괄 겸 디자인경영센터장 사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위기 극복을 위해 조직에 혁신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천재형 인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삼성전자의 새로운 인재 풀(Pool)이 되고 있다.
 
이현율 보스턴대 교수(40)가 무선사업부 UX팀 상무로 새로 합류했다. 이 상무는 미국 MIT 미디어랩에서 가상현실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디어 기술과 관련된 디자인 혁신을 연구해 왔다. 삼성전자 UX팀은 기존 무선사업부 디자인팀 내부 조직으로 있다가 지난 5월 팀으로 격상됐다. 이 상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UX에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임원 인사를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연구소의 프라나브 미스트리 VP(바이스프레지던트)를 본사 상무로 승진 발탁했다. 인도 출신의 미스트리 상무는 올해 33세로 최연소 임원 승진자가 됐다. 이 상무와 마찬가지로 MIT 미디어랩 출신으로, 2009년에는 과학기술 전문지 MIT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젊은 혁신가 35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데이빗 스틸 북미총괄 기획홍보팀장은 이 상무나 미스트리 상무와 다른 부류의 천재형 인재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MI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공계 인재지만 시카고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으며 경영과 마케팅 역량까지 추가했다. 48세인 스틸 부사장은 올해 부사장 승진자 중 최연소다. 또 미스트리 상무보다는 다소 늦지만 36세였던 지난 2002년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2007년 디지털미디어(DM)총괄에서 정보통신총괄로 자리를 옮길 때 당시 상무였던 스틸 부사장을 직접 챙겨 데려갈 정도로 아꼈다. 삼성전자가 천재형 인재 육성과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것처럼 한 명의 천재가 조직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의 인재론을 어떻게 계승, 발전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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