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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잃으면 다 잃는다
민심을 잃으면 다 잃는다
  • 김병주
  • 승인 2014.12.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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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칼럼>요즘 세상이 어수선하다. 땅콩이 항공사 하나를 추락시키고 있다. JFK공항 계류장에서 이동을 시작한 기체를 되돌려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시킨 그 땅콩 때문에 말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매뉴얼에 따르지 않은 서비스를 현장에서 즉시 일벌백계하려 했다는 변명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서비스 매뉴얼은 왜 존재하는가? 탑승객의 쾌적·신속·안전한 여행을 위함이 아니던가? 그것이 간식의 포장 또는 탈포장 서비스보다 훨씬 상위의 서비스 개념일 것이다. 한 가지 언행을 보고 열 가지를 짐작하는 게 민심이다.

  
멀리 큰 목표를 세워두고 일상적으로 작은 일들에 성실히 노력하면 성공의 길이 열린다. 그렇다고 세세한 일들에 매몰되면 큰 꿈이 허물어진다. 마치 그림 맞추기의 조각 그림들처럼 큰 밑그림 속에서 제자리에 놓여야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그리고 남아도는 군더더기 조각들이 있으면  버려야한다. 큰 그림 구도에서 제자리 없는 작은 것들은(그 하나 하나 아무리 귀중한 것일지라도)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유럽의 역사와 전통은 바로 알고자하면 로마제국, 특히 법 앞에 만인을 평등하게 다스리는 법치(法治)를 빼놓을 수 없고, 기원전 6세기 집정관 브루터스(L.J.Brutus)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왕정과 공화정 지지자들 사이의 다툼 속에서 공화정을 구하기 위해, 왕정복고 음모에 가담한 친아들들을 법의 규정대로 극형에 처하게 한다. 프랑스 혁명시기에 화가 다비드(J.-L.David, 1748-1825)가 운구되어 오는 자식들의 시신을 애써 외면하는 브루터스와 실신하는 부인을 대조적으로 묘사한 화폭을 남겨, 오늘날에도 루브르 박물관 관람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브루터스인들 자식 사랑이 없었을까마는, 애국이라는 큰 틀 속에서 자기희생을 선택해야 했고, 그래서 후세의 존경을 얻었다. 카이사르(J.Caesar, 기원전 100~44)는 자기 가족은 사람들의 의심조차 받아서도 안 된다는 뜻의 말을 남겨, 후세 사람들이 거울로 삼는다.

  
세상을 더욱 뒤숭숭하게 만드는 일이 권력 핵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림자가 오히려 광원체(光源体)를 잠식하는 일식(日蝕) 현상이 의심되고 있다. 정부 출범이후 줄곧 수근대던 ‘비선’, ‘문고리 실세’, ‘십상시(十常侍)’의 실체가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찌라시 수준’의 문건이 빌미가 되어 크게 번진 사태추이에 당사자들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소문이 옳든 그르든 간에, 무엇이든 입력되면 확대 생산하는 것이 군중심리의 역학임을 어찌하랴.

  
길게 대국(大局)을 보아야한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 기원전 1400년 고대 그리스에서는 델피(Delphi)가 세상의 중심지(배꼽)로 알려져 있어, 그곳 신녀(神女)들이 전하는 말, 신탁(神託)은 권위가 대단했다. 어찌 입력되었는지 아무도 알길 없는 애매모호한 말이지만 공사(公私) 대소사를 좌지우지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3400여년 지난 오늘날, 나라의 공식 기구는 주눅들고 비선이 기세등등해 마치 신탁 유사행태인양 의심받아서야 되겠는가?

  
아직도 대통령의 청렴성과 불철주야의 노력을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그러나 그 지지는 조건부이다. 거국적 국민사랑이 측근 감싸기보다 상위개념이어야 한다. 국민이 왜 ‘십상시’라는 말에 이토록 허탈감을 느끼는지, 왜 고위 공직자들조차 무력감에 좌절하는지, ‘창조’가 왜 허공에 맴도는 구호인지, 정치 스타일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정부는 반성하고 가다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람은 자기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가 부여되었던 일이어야 그 실천에 자발적으로 나선다. 행여 따돌림이 의심된다면, 빈정거림, 복지부동(伏地不動), 나아가서는 저항으로 대응하는 것이 민심 흐름이다. 지도자는 ‘나를 따르라’는 선봉장의 기개도 필요하지만 뒤따르는 대오(隊伍)의 낙오 여부를 챙기는 세심한 배려도 갖추어야 외로운 독불장군을 면한다.

  
모든 것이 허위라는 주장으로 난국돌파를 시도 한다면, 혹시 먹혀들까? 그리해서 설사 작은 승리를 얻은들, 국정의 큰 틀에서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사실과 다를지라도 입소문이 이토록 불거지면, 무언가 게걸스런 군중을 달래는 먹이를 던지는 것이 정치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민주정치가 중우(衆愚)정치라는 말이 있지 아니한가?

  
민심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 동양으로 치면 읍참마속(泣斬馬謖), 서양으로 치면 브루터스의 결단을 본받아 성공하는 정부가 되기 바란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병주 ( pjkim@sogang.ac.kr )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재단법인 나눔21 이사장
 
   (전) 한국경제학회 회장
 
   (전)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금융산업발전심의회 위원장
 
   (전)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이사장, 소액서민금융재단 이사장
 
   (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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