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편향된 항공행정이 '땅콩회황' 파문 불러와
“‘칼(KAL) 피아가 문제다.”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엉뚱하게도 국토교통부를 뒤흔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 봐주기 조사와 거짓 해명으로 곤욕을 치르는 탓이다. 서승환 장관 등 국토부 지도부가 사건 초기에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국토부의 기업 편향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토부가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한 과정은 일반인으로선 상식 밖이다. 국토부는 지난 8일 박 사무장 조사에 초반 19분(전체 1시간) 동안 대한항공 여모 상무를 동석하게 했다. 여 상무는 박 사무장에게 “조현아 전 부사장의 폭언·폭행이 없었다고 진술하라”고 종용한 인물이다.
기업의 문제를 고발하는 내부고발자가 해당 회사 임원과 함께 조사를 받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은 회사에서 출발할 때부터 같은 차편으로 왔다. 박 사무장으로서는 진실을 말하려야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또 조사관 6명 중 2명이 대한항공 출신이었다. 국토부가 대한항공의 증거인멸을 도왔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국토부 조사를 마치자마자 박 사무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말을 뒤집었다. 국토부는 “박 사무장에 대한 보강 조사에서 왜 우리에게 거짓 진술을 했는지 추궁하겠다”고 별렀지만 국토부 조사에 대한 신뢰를 잃은 박 사무장은 국토부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 16일 사건 브리핑에서 “박 사무장을 조사할 때 임원이 동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가 몇 시간 만에 거짓으로 들통나면서 망신을 당했다.
국토부는 처음부터 사건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인명 피해는 없고, 항공기가 이륙 전에 탑승 지점으로 되돌아간 사건’ 정도로 규정했다. 조 전 부사장의 ‘갑질’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한항공과 적당히 협력하며 조사하는 관행을 이번에도 이어갔다. 특히 서 장관은 16일 “조사 담당자 중 대한항공 출신이 들어 있지만 사명감을 갖고 조사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100% 확신을 갖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주요 사건마다 기업 편향적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저가 항공사가 출범할 때 국토부는 프로펠러기만 승인했다. 대형 항공사들의 반발을 고려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다 대한항공이 저가항공사 진에어를 내놓자 신형인 제트기를 용인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자동차 급발진 조사에서도 현대·기아차를 봐준다는 의혹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파동의 조사과정을 보면 국토부가 사실상 ‘재벌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관피아, 철피아에 이어 ‘칼(KAL)피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대한항공 출신이 항공감독관이 돼서 조사단에 들어간다면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의 와중에서도 대한항공 내에서 공공연히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한항공의 초기대응이 원시적이었던 것은 일종의 'KAL 장학생'인 칼피아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그토록 안이한 상황판단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런한 배경이 깔려있다는게 정설이다. 정부는 지나친 대한항공 편향적인 항공행정이 오늘날 '땅콩회항 파문'을 불러온 원인이라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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