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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뿐인 간편결제 시장
말 뿐인 간편결제 시장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4.12.1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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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Fintech) 육성 앞두고 현실은 춥고 답답해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결제 완료’를 강조하며 간편결제 서비스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모바일카드 시장에 사활을 걸었으나 정부의 간편결제 강화 방침에 따라 이 쪽으로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롯데카드는 국내 대형 온라인몰에서 회원 로그인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원클릭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한 번만 결제정보를 등록하면 추가 인증절차 없이 클릭 한번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서비스다. BC카드 역시 ‘페이올’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당국의 간편결제 활성화 방안 발표 이후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모바일카드도 간편결제의 일종이나 해당 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정부가 페이팔과 알리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도 카카오페이나 케이페이 등에 맞선 자체적 간편결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나왔다. BC카드는 ‘비콘(Beacon)’을 활용한 ‘ZEP(Zero Effort Payment)’ 서비스를 내놨다. ZEP 앱을 설치한 고객이 해당 스마트폰을 들고 비콘이 비치된 가맹점에 방문할 경우 계산대 근처에 가는 것만으로 결제정보가 노출돼 바로 결제가 되는 구조다. ZEP은 내년 초 상용화될 예정이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한국의 간편결제는 선진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같은 아마존 도 미국과 한국은 다르다. 한국에서 미국의 아마존을 절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체념한 한 친구가 귀국 후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들었다. 페이게이트가 ‘오픈페이’라는 간편 결제 서비스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없이 어떤 운영체제(OS)나 웹브라우저에서도 물건값을 낼 수 있도록 했다. 30만원 넘는 돈을 낼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의 아마존은 달랐다.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지 못하게 막은 국내 규제를 염두에 둔 탓이다. 결제할 때마다 일일이 카드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미국처럼 아마존에서 단박에 물건값을 치를 수가 없다고 한다. 2014년이 다 지나간 마당에도 한국에서는 간편결제, 아마존을 볼 수 없다. 공인인증서가 사문화된지 반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망령으로 남아 30만원 이상 간편결제를 가로막고 있다.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해 ‘원클릭’ 간편결제를 구현하는 길도 멀기만 하다. 정부가 전자결제 서비스를 만드는 전자결제대행회사(PG)도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해 원클릭 간편결제를 만들어도 된다고 허용해도 소용이 없다. PG사와 경쟁관계인 신용카드 회사(여신전문협회)가 자율 규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터무니 없이 높은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결제 정보를 저장할 수 없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인 관광객이 공인인증서 때문에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다는 점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에서만 요구하고 있는 공인인증서가 국내 쇼핑몰의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VIP가 입을 열자 십수년 동안 가만 있던 관계부처가 갑자기 분주히 움직였다.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에 대책을 쏟아 냈다.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없이 외국인이 한국 상품을 살 수 있도록 외국인 전용 쇼핑몰을 세우고, 액티브X 없이 공인인증서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나섰다.
 
5월20일, 온라인 결제에서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규정이 폐지됐다. 결제 금액이 30만원이 넘을 경우 공인인증서로 사용자를 인증해야 한다는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인 발표됐다. 공인인증서를 쓰지 않아도 된다니. 조만간 너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기대가 꺾이는데는 한달이 걸리지 않았다. 온라인 쇼핑몰은 여전히 30만원 이상 결제할 때 공인인증서를 요구했다. 이어 9월5일 나온 카카오페이도 공인인증서 탓에 반쪽짜리로 나왔다. '모바일 간편결제’라는 이름을 걸고 나왔지만, 30만원 넘게 물건값을 치르려면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써야 했다.
 
규제당국은 신용카드 회사가 내놓은 기준을 그대로 인정했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구현하려는 PG사의 외침은 기준에 들어간 몇몇 대형업체 목소리에 묻혔다.앞으로 '사전 규제'로 옥죄기에만 급급했던 금융당국이 핀테크(Fintech) 산업 육성을 천명하며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공룡들이 핀테크 영역확장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시장진출을 선언한 국내 ICT 강자들과의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은 모두들 말 뿐이다. 고위층이나 고위 당국자들의 '말의 성찬'일 뿐, 실행결과를 제대로 챙기는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서 핀테크든 간편결제 시장이든 디지털세계에 '진정한 봄'은 언제나 올 지 아직 주위는 온통 춥고 갑갑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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