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9:45 (목)
왜 ‘십상시(十常侍)’ 논란인가
왜 ‘십상시(十常侍)’ 논란인가
  • 허영섭
  • 승인 2014.12.20 23:50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   허영섭 / gracias1234@edaily.co.kr   언론인, 칼럼니스트.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등의 저서가 있다.
<허영섭칼럼>시중에 널리 읽혀지는 ‘삼국지’는 후한 말의 시대상황을 배경삼아 얘기가 펼쳐진다. 조정과 관료들은 부패했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진 가운데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던 무렵이다. 황건적의 난도 그 하나다. 유비가 관우, 장비와 도원결의로 뜻을 모아 의병을 일으킨 것이 바로 이때의 얘기다.

이처럼 조정이 문란해지고 나라가 피폐해진 이유가 ‘십상시(十常侍)’의 국정 농단에 있었음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영제(靈帝)가 어려서 황제에 올랐으나 주변 환관들이 그를 주색에 빠지게 만들고는 자기들 마음대로 정치를 주물렀다는 것이 역사에 기록된 내용이다. 한나라가 기울어져가는 과정이었다.

2세기 당시 중국 조정에서 국정을 농락하던 환관들이 이 땅에 다시 태어났다는 것일까.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 내부에서 오가는 문건에 ‘십상시’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자체가 기상천외한 일이다. 망년회 자리마다 주고받는 관심사들도 대체로 그 얘기다. 연말 회식자리의 안줏거리치고는 오히려 넘치는 편이다.

일단은 ‘지라시’ 수준으로 판정이 내려지는 모양이다. 사실무근의 헛소문이라는 것이다. 문건의 당사자들이 모임을 가졌다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모임의 존재 자체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단계다.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던 정윤회 씨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를 미행했다는 의혹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항간의 소문은 여전하다. ‘비선(秘線)’인 정 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제쳐놓더라도 ‘비서진 3인방’이 한가운데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3인방’이라는 표현이 어느새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문고리 권력’이라는 지적도 벌써 오래 전부터의 얘기다.

여권 내에서 떠도는 소문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부처에서 인사를 하려면 먼저 이들을 통해야 한다거나, 수석비서관들도 대면 보고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은 직보가 기본이라거나 하는 등이다. 몇몇 전직 고위급 인사들도 이들의 전횡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쏟아낸 마당이다. 그런데도 이들을 단순한 ‘심부름꾼’ 정도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후한 말의 십상시들에 대해서도 영제의 생각이 비슷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그들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문초하는 경우까지 벌어지게 된다. 그래도 황제의 면전에 무릎을 꿇고 그들의 단죄를 상소하는 충절의 신하들이 없지 않았다. 이 부분에 있어 작가 이문열은 칼날같은 문장을 들이댄다. ‘평역 삼국지’의 한 대목이다.

“천하의 모든 백성들이 한결같이 저 간악한 십상시의 고기를 씹고자 하나 폐하께서는 저들 받들기를 부모처럼 하시고 오히려 자리를 높여 열후(列候)에 봉하셨습니다. 무릇 입 달린 자라면 누가 그 그릇됨을 말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을 감싸는 황제 자신에게도 잘못이 없지 않다는 추궁이었으니, 가히 목숨을 내놓은 상소였다. “폐하께서는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시고 저들이 나라 망치는 꼴을 구경만 하고 계시느냐”는 절규도 등장한다. 이에 대한 영제의 답변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십상시를 간적(奸賊)으로 몰아붙이지만 그 중에 한둘이야 충신이 없겠느냐”라는 것이었다.

결국 논란이 확대된 끝에 조만간 정부 인사개편의 필요성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기춘 비서실장까지 포함한 대폭 인사가 되리라는 것은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더 나아가 십상시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결단이 필요하다.

 

이 칼럼은 '자유칼럼그룹'의 '허영섭 세상만사'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허영섭 / gracias1234@edaily.co.kr

 

언론인, 칼럼니스트.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등의 저서가 있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