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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치는 고스톱'의 종말
'짜고 치는 고스톱'의 종말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4.12.26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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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에는 '항명'파동..근본적 '수술'방안 나와야

 
“(대항항공) 회사 측이 국토부의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이라서 회사 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심리적으로 위축시켰습니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사건 조사과정에서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이 한 이 진술이 실제 사실로 드러났다. 공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이 사기 고스톱처럼 짜고 친일이 벌어진 탓이다. 급기야 칼피아(KAL+마피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검찰이 24일 대한항공기 강제 회항 사건을 조사한 국토교통부 김 모 조사관을 체포한 데 이어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분명히 했다. ‘땅콩회항에서 시작된 수사가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구조적 유착 관계를 파헤치는 수사로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애초 이 사건은 장본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그를 위해 증거인멸에 나선 여모 상무를 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될 것으로 보였다. 특히 여 상무는 조 전 부사장에게 불리한 진술이나 증거가 제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이 과정에서 김 조사관에게도 부탁해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 등 이번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과 조사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런 칼피아유착관계가 김 조사관 한 사람 뿐이었겠느냐는 것은 의문이다. 김 조사관의 경우 15년 동안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다 2002년 국토부로 옮겼다. 그 이후에도 여 상무 등 친정 식구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왔다는 전언이다. 현재 국토부 항공 관련 주요 보직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김 조사관처럼 대한항공 출신이거나 그 계열 학교를 나온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항공사고조사위원회 항공안전감독관 17명 중 15명이 대한항공을 거쳤다. 국토부 항공정책실 직원 170명 중 46명이 대한항공 계열인 항공대·인하대·인하전문대를 나왔다. 태생적으로 대한항공과 국토부 간의 '유착관계'가 불가피한 셈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당시 조사에서 대한항공 측에서 객실 담당 A상무와 조종사 담당 B전무, 승무원 담당 C전무, 안전보안실 책임자 D씨 등 4명의 임원이 동행했다. 참여연대 측은 실제 조사에서는 A상무가 조사실까지 따라 들어와 동석했고, 국토부 조사관이 박 사무장이 나간 후 A상무를 불러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공연히 유탄을 맞은 사람은 서승환 장관이 아닐까. 처음 국토부 조사단 6명 가운데 항공안전감독관 2명이 대한항공 출신으로 확인된 데 대해 공정성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진화에 나섰다. 서 장관은 국토부 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조사관 중에 대한항공 출신이 들어가 있지만 자신있게 단언하건데 (공정성은)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없다고 100% 확신 갖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항공안전감독관은 기술적 요인 파악해 전해주는 역할이지 직접 조사에 영향 미치는 부분은 기술적 요인 외에 현실적으로 없다다른 채널에서 감독관 충원이 가능한지 지속적으로 검토하겠지만 지금 국토부 직원으로 일하는 상황에서 과거는 (조사에)영향을 안 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조사 과정의 다른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다. 관료출신이 아닌 서 장관이 국토교통부 관료들을 믿었으나 관료들은 오랜 타성과 관행에 밀려 '어두운 사슬'을 끊지 못하고 부하를 믿었던 장관을 '배반'한 꼴이 돼버렸다.
 
지난 19908월 국토교통부의 전신인 건설부에서는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희대의 항명(抗命)’집단행동 사건이 터진 일이 있다. 당시 일부 건설부 직원들이 일방적으로 조직개편을 추진하던 권영각 장관에 대해 임시직(?) 몇사람이 건설부를 망치는가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팩시밀리로 언론사에 전송하고 일부는 직원들에게도 배포했다건설부 업무가 다른 부처와 달리 많은 이권과 연관돼 있어 이를 놓친다는데 대한 반발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많았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에 발생한 이 사건은 국가공무원이 신분상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집단행동을 취함으로써 공직기강을 크게 훼손시켰다는 점이 문제가 됐었다. 이 사건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나 이번 땅콩회황사건의 수사진행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물론 국토교통부와 서승환 장관이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근본적인 '수술'방안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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