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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할부수수료 갈등-정몽구 회장이 풀어야
車할부수수료 갈등-정몽구 회장이 풀어야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5.01.0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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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하고 협상할 때마다 '티격태격'‥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

 
요즘에는 신용카드로 차를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카드사가가 내놓은 자동차 복합할부 금융상품을 통해서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차값을 일시금으로 결제하면 캐피털사가 결제액을 대신 갚아주는 상품이다. 대신 소비자는 캐피털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면 된다.

자동차 복합할부 시장은 지난 해 기준 45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용고객 수는 15만여 명을 넘어섰다. 과당경쟁으로 시장이 줄어든 카드사로선 이 상품이 톡톡히 효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선 이 상품이 별로 반갑지 않다. 거래중간에 신용카드사가 끼이들면서 그동안 낼 필요가 없었던 수수료를 카드사에 주는 까닭이다.
 
현대차는 지난 연말 BC카드에 가맹점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카드수수료율을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협상에서 현대차는 현재 신용카드 수수료가 1.9%, 체크카드 수수료가 1.3%인 만큼 복합 할부 수수료를 체크카드 수준인 1.3%로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BC카드는 현대차가 카드 결제금액의 1.5%를 수수료로 줘야 이 상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KB국민카드와의 협상에서도 차 복합 할부 수수료율을 기존 1.85%에서 1.5%로 내리기로 합의했다. 현대차는 카드사 수수료가 터무니없이 높다고 주장한다. 결제금액의 1% 미만이 적정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로 최소 1.5%는 유지돼야 한다고 입장이다.
 
문제는 이번처럼 현대차와 카드사 간에 할부상품 수수료율을 놓고 갈등이 나면 이를 중재할 기구가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적정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는 있다. 다만 이는 말 그대로 지침일 뿐 법적 효력이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 카드사들에 닥쳐올 일들이다. 현대차는 곧 차할부상품 가맹계약이 끝나는 신한, 삼성, 롯데카드와도 재협상에 나선다.
 
앞으로의 다른 카드사들과 협상에서도 BC카드와 똑같은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BC카드처럼 협상이 불발되면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로 현대차를 사지 못할 수도 있다. 애꿎게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요즘은 한국인들처럼 신용카드를 많이 이용하는 국민들이 세계에서 별로 없다. 선진국인 일본만 해도 작은 음식점에서는 신용카드를 잘 받지 않는다. 하물며 고가인 자동차를 살 때 차값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신용사회로 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다.
 
현대차가 구매자들에게 수수료를 이유로 불편을 끼친다면 이는 참으로 재벌기업으로서 국민들을 참다운 고객으로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일반 국민들은 지금 동네 편의점에서 5천원짜리 이하 상품을 살 때 신용카드를 쓴다. 현대차는 자동차를 팔 때 발생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감내해야 한다.
 
현대차가 지난 해 카드사에 준 수수료는 8500억원 정도 된다고 한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큰 돈이다. 실제 시장경제 원리상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가 높아지면 자동차 원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경제와 신용사회의 원리상 당연한 결과다.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것은 낭비가 아니라 선진 신용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당연히 치러야 할 비용으로 여겨야 한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이 자동차값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다. 결과적으로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탓이다.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는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에서 독과점적인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제까지 애국심을 발휘, 국산자동차를 키워준 국민들에게 이제는 보답을 해야 할 차례다. 더욱이 현대차는 국제시장에서 외국 명차와 대결을 벌어야 한다. 품질을 향상하고 명차반열에 들기 위해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현대차가 지엽적인 문제인 신용카드 수수료율 문제로 국내 신용카드사들과 협상할 때마다 티격태격하는 것은 매우 볼썽사납다. 가맹점수수료는 해당 당사자들이 정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사실상 별로 없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대차와 카드사 간 가맹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옮아간다.
 
글로벌 리더인 정몽구 현대차회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서 이를 슬기롭게 풀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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