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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회장의 '모세론(論)'
윤종규 KB회장의 '모세론(論)'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5.01.0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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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승리 모델의 'KB의 꿈'..인사청탁-줄서기 문화 개선할까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까지 무려 40년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지난 2~3일 열린 새해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리딩뱅크 지위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우리가 그 땅에 못 들어가더라도 후배들이 빛을 볼 수 있는 만큼 국민은행이 리딩뱅크로 가는 전환점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11월 취임한 윤 회장으로서는 이번 새해 워크숍에서 매우 감회가 깊었을 것이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져 있었다(I awoke one morning and found myself famous)”란 말을 남긴 것처럼 윤 회장도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자신의 위상을 알고 깜짝 놀랐을 법 하다1년 전만 해도 자신이 굴지의 KB금융그룹 회장에 선임되리라고 아마도 꿈속에서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대로 관치금융 체제 아래서 금융당국과 KB금융의 오랜 '악연'이 이어져 왔다. 사실상 주인이 없는 KB금융의 수장이 된 윤 회장으로서는 누구보다도 대정부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따라서 그는 정부측을 어떻게 해서든 비위를 맞춰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몸을 낮추는 행보를 거듭해 왔다. 금융위는 KB금융이 공들여 낚은 대어(大魚)’인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낮은 행보는 금감위를 염두에 둔 특유의 '계산된 제스처'였다고나 할까.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윤 회장이 KB금융을 재대로 된 리딩뱅크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헤쳐나가야 할 험난한 암초가 너무도 많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연말 윤 회장은 계열사 대표이사 7, 상무 이상 본부 임원 29, 지역본부장 25명 등 총 54명이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내용을 보면 윤 회장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KB데이타시스템 대표이사에 김윤태 전 산업은행 부행장을 임명했다. 그는 산업은행에서 기업금융과 M&A, 리스크관리 업무를 주로 해온 인물이다. KB데이타시스템의 사업 내용이 IT컨설팅, 시스템통합(SI) 등이라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특히 그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문,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과 서강대 동문이다. 자연스럽게 '(배경)‘에 의한 선임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그가 이 정부의 새로운 금융계 파워학맥인 서금회와 TK출신으로 정치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말이 제법 나온다. KB투자증권 사장에 오른 전병조 부사장 역시 최경환 부총리의 대구고 후배다. 그는 행정고시 29회로 모피아 출신이다윤 회장은 취임 후 인사청탁, 줄서기 문화를 뿌리 뽑겠다고 공언을 했다. 하지만 그가 받은 인사청탁은 알려진 것보다 많았다는 후문이다. 윤회장이 겉으로는 청탁근절을 선언했지만 그 정도로 '외압'을 마무리했다는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반면 윤웅원 KB금융지주 부사장과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을 퇴진시킨 배경에는 금융당국 압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윤 회장이 재고를 요청했지만 당국의 압력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관치금융과 인사청탁, 줄대기, 줄서기 문화는 KB의 오랜 고질병 중의 고질병이다. 급기야 국민은행은 리딩뱅크에서 '사고뱅크'가 됐다는 오명까지 썼다. 결국 배경이 다른 회장-행장이 이전투구를 하다가 동반퇴진하는 엄청난 내분사태까지 겪었다.
 
윤 회장이 새해 워크숍에서 인용한 모세의 기적은 이른바 엑소더스(Exodus)'에서 유래한다. 이집트 탈출의 끝 무렵, 모세는 자신이 이끄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를 지나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에 진입한다.  이 때 걸린 시간이 무려 40년이라는 것이다.  원래 상고 출신인 윤 회장은 입지전적인 신화를 쌓으며 KB회장에 올랐다. 자세히 보면 피와 땀과 눈물로 점철된 한편의 진한  '인간승리'가 그에게서 읽혀진다.
 
그러나 화려한 대관식 뒤에는 황제 만이 아는 고독과 그늘이 있는 법-. 영광스러운 KB회장에 올랐지만 그는 취임한 뒤 금융당국에 자신을 굽히며 철저히 ()’을 자처하는 절묘한 처세술을 선택한다. 마치 구한말에 대권을 잡기 위해서 온갖 저자거리의 수모를 감수하다가 아들 고종이 왕위에 오르자 일약 일국의 섭정을 맡았던 흥선 대원군 같은 모습이 연상된다윤 회장이 취임후 한달여 이상 계열사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세간의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금융당국에 철저한 몹굽히기 처신을 한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닐까.
 
현재로서는 취임 후 인사청탁, 줄서기 문화를 뿌리 뽑겠다던 윤 회장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평생 관치금융, 정치금융의 우산아래 있던 KB에서 "일단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자조적인 평가도 나온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의 기적'을 예로 들면서 새해를 맞은 윤 회장이 이루겠다는 KB의 꿈-. 기독교도인 그가 얼마만큼 모세처럼 '인고의 세월'을 기다리며 꿈을 실현할 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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