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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의 21세기판 '정변(政變)'
롯데가의 21세기판 '정변(政變)'
  • 안규식 상임위원
  • 승인 2015.01.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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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신동주 '실각'..차남 신동빈 '대권승계'로 가나?

 
'하늘 아래 태양이 두개일 수 없다'는 진리는 정치권력에서만 해당하지 않는다. 재벌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아니, 오히려 재벌의 세계가 정치의 세계보다도 더욱 냉혹할 때도 있다.

삼성가를 보자.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한때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 후계구도를 내주고 야인이 됐다. 이맹희 전 회장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의 35녀 중 장남이다. 이 전 회장은 1966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지자 이병철 전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총지휘했다.
 
이 전 회장은 한 때 삼성전자·중앙일보·삼성물산 등 주력 계열사의 부사장·전무·상무 등 17개 직책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이 전 회장의 경영 능력을 불신했다. 다시 경영에 복귀하고 나서 3남인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했다. 이병철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장남 맹희에게 그룹 일부 경영을 맡겨보았지만 6개월도 채 못 돼 맡겼던 기업체는 물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고 그 배경을 적었다.
 
롯데 창업자인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이 회사 내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다. 차기 대권이 보장된 왕세자 자리에서 돌연 파문을 당한 셈이다. 따라서 롯데판 형제의 난인 이번 일에 재계와 세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롯데그룹 2세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한국 롯데 회장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걸어왔다. 두 형제는 각각 1954년과 1955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형인 신 부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이공학부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생인 신 회장은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학원 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형제가 대학은 물론 대학원까지 동문이다.
 
재계에서는 신 부회장의 해임 배경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관측이 나온다. 우선 일본 롯데의 실적과 사업 확장이 부진한 점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는 그간 일본은 형이, 한국은 동생이 이끌어 왔는데 일본 롯데의 성장세가 한국에 못 미치자 신 총괄회장이 신 부회장에게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롯데의 연 매출은 6조원 수준으로 연 매출이 80조원을 넘는 한국 롯데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이보다 부친인 신 총괄회장이 대로(大怒)’한 사건이 있었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한국 롯데제과 주식을 일곱 차례에 걸쳐 사들이며 지분율을 3.69%에서 3.92%로 높였다. 일본의 한국 기업인 사이에서는 신 부회장이 이처럼 알려진 주식 매입 외에 별도의 우호 지분까지 확보하다가 이를 알게 된 신 총괄회장이 크게 화를 냈다는 설이 돈다. 한 관계자는 신 부회장의 지분 매입이 일본은 장남, 한국은 차남으로 나눠 놓은 아버지의 뜻에 항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번 일로 신 회장이 후계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가 한국 롯데에 이어 일본 롯데의 경영까지 총괄하는 대권을 이어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또 형인 신 부회장이 해임될 것이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5백여년 전에 조선왕조 양녕대군은 조선의 제4대 국왕으로 순조롭게 등극할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거듭된 실책과 부왕(父王) 태종의 비정한 결정으로 세자자리를 박탈당한 비운의 인물이었다. 새 왕조의 건국과 제12차 왕자의 난으로 대표되는 냉혹한 권력투쟁을 거쳐 집권한 태종은 18년 동안 재위하면서 냉혹한 공포정치를 했다. 노회한 국왕이었던 태종은 세자가 색()을 탐하고 자신에게 도전한다는 기색을 알고난 뒤 가차없이 그를 폐출하는 극한적 방법을 택하고 만다.
 
세월은 흘러도 역사는 되풀이된다. 역사에서 정치살육과 숙청은 수없이 반복한다. 현실 세계의 권력투쟁은 훨씬 냉혹하고 비정하다. 과거 왕조에선 폐세자가 되면 목숨을 박탈하고, 나아가 다시 파벌간 살육이 난무하는 왕실의 분란으로 이어졌다. 지금 롯데에서 벌어지는 21세기판 정변(政變)’이 어떤 역사를 닮아갈 지 재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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