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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어설픈 변명'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어설픈 변명'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5.01.15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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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회는 '식사모임'?..그렇다면 식사만 하는데서 그쳐야

 
"(제가) 서강대 출신이라 자꾸 얘기가 나오는데 실체가 없어서 대답할 게 없습니다. (영향력 행사 등) 논의한 게 있어야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14일 서울 명동에 있는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선임 과정에서 제기된 서강금융인회(서금회) 배경 논란에 대해 "서금회 영향력 설은 실체가 없다"며 정치적 인선 개입 의혹을 일축했다서강대 출신으로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親朴) 인사'로 알려진 그는 지난 해 3월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했다. 이 행장은 서강바른금융인포럼, 서금회 등에서 활동하는 서강대 금융인맥의 핵심 인사다.
 
이 행장은  "서금회 영향력 설은 실체가 없는 것"이라며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성실하고 금융인으로서의 상당한 소양을 갖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그는 "동문 모임이야 어디든 있다"면서 이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어느 대학 출신인 지와 그 대학에는 그런 모임이 없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어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을 마치 금융권 인사를 좌우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서금회의 영향력 행사설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과연 연기가 날까. 그는 서금회의 최연장자(수학과 67학번)로 지난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선캠프에도 몸 담았던 정치적 이력의 소유자다. 그런 정치성향 탓인지 명쾌하고 진솔한 답변은 아닌 느낌이다. 이 행장은 최근 금융권 요직에 서금회 출신 인사들이 대거 몰리는 이유에 대해 "서강대 출신 금융인이 소양을 갖추고 성실하게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금회 인사가 잇따라 금융권 고위직에 오른 것이 우연이 아닌 실력이라는 얘기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이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친분으로 서금회 멤버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 초기엔 정치권에서 일했거나 대통령 선거에서 자문역으로 활약한 인물이 금융권 요직에 차례로 임명된 까닭이다. 무엇보다 서금회 출발이 이 같은 구설수에 한 몫을 한다. 지난 2007년 박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경선 과정에서 탈락하자 안타깝게 여긴 금융권 동문들이 모여 결성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들 '식사모임'의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대거 좋은 자리를 꿰차는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이 행장은 이 과정에서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지난 달 기자간담회에서 "서금회는 식사모임일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행장 발언내용과 비슷하다. 그러나 지난 이명박 정부 때도 대통령과 가깝거나 같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4대 금융지주 회장을 휩쓸었다. 이른바 금융계 4대 천왕이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강만수 전 산은금융 회장같은 사람들이다. 그때도 청와대는 물론 당사자들도 정치권 영향력설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인물 가운데 이덕훈(67·수학) 수출입은행장, 정연대(71·수학) 코스콤 사장 등이 대표적인 서금회 멤버다. 이 행장은 서금회의 좌장 격으로 지난 대선 당시 대선 캠프에 직접 참여했다. 서금회 출신은 아니지만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도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서금회는 비()금융권 회원에게도 문호가 열려 있다. 친박계인 서병수(71·경제) 부산시장도 자문위원으로 참석한다. 서금회 파워가 커지면서 정부 부처 공무원들의 참석도 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하부 모임 성격인 서강금융포럼까지 생겼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관행화되면서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성숙도는 지난해 80위다. ‘금융계 4대 천왕이 임명되기 직전인 2007년에는 27위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리품처럼 좋은 자리들이 특정 학맥과 인맥으로 채워진다. 좋은 현상이 아니다. 더욱이 금융권 수장자리가 계절풍처럼 대통령과 같은 학맥으로 잇따라 충원되는 것은 건전한 금융산업의 육성은 물론 침체한 경제살리기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덕훈 행장과 같은 특정 학맥인사들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조직과 자금, 수단을 갖고 정책목표를 위해 일하면 다행이다, 하지만 식사는 식사로 그쳐야 한다. 식사모임이라는 핑계로 마피아식의 사조직 형태를 띠며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활동할 경우 금융인으로서 지금 한국사회의 화두인 경제적 정의공평사회또는 양극화 문제 해소’와 같은 문제들을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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