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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류 연예인' 흉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류 연예인' 흉내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5.01.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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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외환銀 통합, 노사 강경대치 속 파격 '드레스 코드' 어울리나?

 
하나금융그룹이 2015년 통합을 넘어 '변화와 혁신'을 통해 더 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나아갈 것을 선포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17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하나은행, 외환은행, 하나대투증권, 하나카드 등 그룹 관계사와 해외현지법인 직원 등 1만여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위대한 상상(上上), 출발! 2015' 행사를 가졌다.이 자리에서 하나금융그룹은 '행복한 금융'을 그룹의 새로운 경영 슬로건으로 채택했다.

하나금융은 매년 1월 계열사의 모든 임직원이 참석하는 '출발' 행사를 연다. 하나금융의 가장 큰 사내 행사다. 전년도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들을 대상으로 포상하고, 직원들의 공연도 펼쳐졌다.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이 행사에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깜짝 이벤트 역시 늘 관심사였다김 회장은 지난 2013년 행사에서 색소폰을 연주했고, 작년엔 꽹과리를 치며 농악대를 직접 이끌었다.
 
김 회장은 올해 행사를 앞두고 태권도를 연습했다고 한다. 태권도는 그의 '주특기'. 고등학교 시절 2단까지 땄고, 군 복무 시절에는 후임들에게 태권도를 직접 가르칠 정도였다. 하지만 스스로 태권도 이벤트를 포기했다. 김 회장은 행사가 끝나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깜짝 이벤트를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이날 파란색 셔츠를 입고 행사장에 등장했다. 평소 잘 입지 않는 셔츠 색깔이다. 넥타이는 녹색이었다. 파란색은 외환은행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녹색은 하나은행을 상징한다. 셔츠와 넥타이 색깔을 통해 하나·외환은행의 성공적인 통합을 기원한 셈이다. 김 회장은 "직접 아이디어를 낸 드레스코드"라며 웃었다. 바지의 길이도 예사롭지 않았다. 김 회장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대로 다소 짧은 길이의 정장 바지를 입었다. 근엄한 '회장님의 복장'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김 회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한 메시지는 '변화와 혁신'이었다. 스스로 복장부터 변화와 혁신을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 밖은 유난히 추웠다. 기온이 빙점 이하로 떨어진 데다 현안인 하나-외환은행 통합협상은 아직 안개속인 탓이다. 하나-외환은행 간 조기통합 논의가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하나금융지주는 노조와의 본협상과는 별개로 이번주 중 금융위에 두 은행간 통합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금융위는 법적 요건을 검토한 후 6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오는 28일 정례회의에서 승인을 해줄 전망이다.
 
그러나 통합협상이 결렬되면 자칫 노조의 강경투쟁 만이 남을 수도 있다. 그만큼 위기국면인 것이다.노사간 협상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병기일이 31일로 한 달 연기됐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추가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소 때라면 김정태 회장이 연예인같은 파격 '드레스 코드'로 행사장에 선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엄중한 국면이다. 노사간 팽팽한 입장차이로 숙원인 하나-외환은행 통합이 기로에 서있는 형국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마지막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금융당국이 정규직 문제 합의 없이도 통합을 승인할 수 있음을 시사한 '준(準)전시 상태'다. 자칫 한 발자국만 잘못 내디뎌도 조직이 낭떠러지로 굴러갈 수도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이제 정말 (외환은행) 노조도 변해야 한다""제발 조직과 조합원들을 생각해달라"고 읍소했다. 이 같은 발언은 노조에 사실상 마지막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그의 말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한식구가 될 외환은행 가족들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무릇 협상은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없는 법이다협상에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벼랑끝전술(brinkmanship)'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힘들어도 노사 간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끝까지 앞서야 한다.
 
화려한 색깔에 신세대를 연상케 하는 연예인 식의 복장으로 나선 김 회장과 이어 벌어진 각종 퍼포먼스와 단체 플래시몹, ‘빅밴드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들...김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3D 가상증강현실을 활용해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여러가지로 분위기를 돋우려고 애를 쓴 흔적이다. 반면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주변 안팎에는 통합협상을 반대하는 각종 포스터와 구호들이 난무한다. 김 회장이 이번 행사를 통해 전 임직원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 '행복한 금융'을 실천을 외쳤다. 무척 옳은 말인데도 뭔가 공허하게 들린다.
 
노조와 강경대치하는 가운데 공히 노사의 축하 속에 열려야 할 이같은 행사를 꼭 강행해야 하는 지를 잘 모르겠다. 평상 시라면 흥겨움 속에 박수갈채를 받아야 할 행사 날짜를 혹시 잘못 잡고, 처신을 조심해야 할 회장이 엉뚱하게도 3류 연예인 흉내를 낸 것은 아닌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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