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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행정 체제도 개혁해야
교통행정 체제도 개혁해야
  • 신부용
  • 승인 2015.01.2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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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칼럼>박근혜대통령은 새해 첫 부처 업무보고에서 한국에 난리가 났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경제발전정책을 요구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개혁을 위한 기초체력은 어느 정도 갖추어졌으므로 노동시장, 금융 및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의지’를 보였다. 이는 초일류국가로의 도약을 지원할 수 있게 제반 사회기반구조를 개혁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이참에 우리나라 교통행정체제도 개혁하길 바란다.

  우리는 80~90년대 중진국 탈피 단계에서는 과감한 투자로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였으나 그 후 상당 기간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철도는 선진국들과 달리 육상교통의 중심(HUB)역할을 못하고 있으며 지하철 역사(驛舍)에서 바로 갈아 탈 수 있는 버스노선 하나 만든 게 없다. 도로역시 개통 후  조급하게 다른 도로와 연결하느라고 제대로 만든 교차로가 흔하지 않다. 더구나 교차로 교통신호운영은 경찰에 맡겨 도로구조와 신호운영이 각각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우리 도시교통이 선진국에 한참 뒤떨어지고 있는 원인이다. 여기에 불합리한 신호운영에 대한 짜증은 운전자들의 신호를 무시하는 관행으로 이어져 OECD 최악의 교통사고국이 됐는데도 이에 대한 근본대책도 못 세우고 있다.
 

  교통의 역할은 사람과 화물의 이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직장과 일자리를 연결시켜 고용을 창출하고 업무중심지와 주거단지를 연결시켜 주택건설을 촉진시킨다. 젊은이들이 허드렛일을 하지 않으려 해 기업이 구인난에 빠져있다고 탓하기 전에 과연 이들이 그런 직장에 어떻게 출근할 수 있을 것인지를 따져봐야 하며 아파트 부지가 없다거나 건설해도 분양이 안 된다고 하기 전에 입주자들이 어떻게 출퇴근할 것인지를 배려해 주어야 한다. 아무리 주택이 부족하여도 소방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공간은 확보해 줘야 하며 주차장을 만들어 주지 않으려면 대체 교통수단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홍콩의 행파츄엔 지역 지하철 조차장(操車場)위에 건립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주차장이 단 한면도 없지만 지하철 이용이 워낙 편한데다가 택시나 화물차 통행이 수월하여 입주자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편리한 교통시스템은 면밀한 조사와 분석, 그리고 전문적인 판단과 계획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이는 모두 교통공학이라는 전문분야의 영역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교통문제는 누구나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여 정부에 별도로 교통체계를 다스리는 기능을 두지 않고 있다. 한동안은  ‘교통’자 가 들어가는 부처조차 없이 국토해양부, 국토건설부 등으로 지내다가 최근에야 국토교통부라는 이름이 등장하였을 정도이다. 그래봐야 교통정책조정과가 있을 뿐이며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정책의 수립이 아닌 조정으로 만족하고 있다 할 것이다.
 

  미국의 연방법(U.S. Code)은 정부업무를 45개 정책분야로 나누어 도로(Highway)와 교통(Transportation)을 각각 23장과 49장에서 다루는데 도로는 교통부 장관의 관할임을 명시한다. 49장은 1조에서 “국가의 안위, 복지, 그리고 경제발전을 위해 빠르고 안전하고 편하며 효율적인 교통체계가 필요하여 관련 정책과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교통부를 둔다” 라고 그 존재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하 법조문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조직과 임무를 규정하고 말단 직원의 업무지침(Job Description)으로까지 해석되어 하나의 법체계를 형성한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조직법은 제 26조에 ‘대통령의 통할 하에 다음 행정각부를 둔다’라 하고 17개 부처 중 16번째로 국토교통부가 지명된다. 교통정책관련 법규는 국토교통부 뿐 아니라 행정자치부, 경찰청 및 법무부에 분산돼 있고 그 수가 500 개에 육박한다. 이들 법률이 담당 부서에 의해 각각 독자적으로 집행되고 있으며 문제가 생기면 상기한 국토교통부의 교통정책조정과로 갈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인구 천만이 넘는 수도 서울의 교통안전업무는 도시교통본부의 보행친화기획관 밑에 있는 4개과 중 교통운영과의 교통안전팀이 담당한다. 이 담당자 또한 교통안전업무를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5개 업무를 보고 있다.
 

  어떻게 서울시의 교통안전을 1개주무관에게 다른 4개의 업무와 함께 맡겨놓고 있을 수 있을까? 교통안전은 경찰소관 업무라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교통법규 집행과 질서유지, 그리고 사고처리를 담당하는 기관이지 교통안전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행정기관은 아닐 것이다. 런던에서는 교통국과 별도로 교통안전국이 독립되어 4개 과에 30여 명의 전문가들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 어머니의 교통안전교육부터 시작하여 아이가 고교 졸업할 때까지 개인별로 안전을 보살펴준다.
 

  결국 우리 정부 안에는 교통행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정부 내 어떤 부서에도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교통공학 전공의 박사급 전문가를 찾아 볼 수 없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세상에 이렇게 전문가 한 명 없이 그리고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기능 없이 국가를 꾸려나가는 나라는 없다. 초일류국가에 걸 맞는 교통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먼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교통행정체제를 개혁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신부용 ( shinbuyong@kaist.ac.kr )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이를
    교통개발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부원장과 원장직을 역임하며 기틀을 잡았습니다.
    퇴임후에는 (주)교통환경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으며, KAIST에서 교통공학을 강의하는 한편,
    한글공학분야를 개척, 연구하던 중 KT와 함께 공동으로 KAIST에 한글공학연구소를 설립하여 현재
    한글공학연구소장을  맡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교통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정책, 도로위의 과학, 신도시 이렇게 만들자 등
    여럿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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