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10 (금)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무리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무리수'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5.02.05 01:37
  • 댓글 1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회장임기 연장 위해 사심(私心) 작용, 변칙과 편법 없었는 지 반성해야

 
모든 일에는 정도(正道)가 있는 법이다. 급하다고 막무가내로 길을 가로 질러가다가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질 수 도 있고, 배가 고프다고 급히 먹는 밥은 잘못하면 체하는 법이다. 하나-외환은행 합병을 둘러싼 과정을 보면 이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4일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하나금융지주의 일방적인 외환은행 통합절차를 중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이에 따라 오는 630일까지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합병을 위해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하거나 주주총회를 열 수 없게 된다.최소 5년간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내용 등을 담아, 2012년 노사 양측이 서명한 ‘2·17 합의서의 효력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두 은행의 조기 통합작업을 진두지휘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매우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그는 지난 해 7월 처음 조기통합 카드를 꺼냈고 노조의 반대에도 금융위에 예비인가 신청까지 냈다. 김 회장으로서는 다 된 밥에 법원이 를 뿌렸다고 생각할 수 있음 직하다법원 결정 이후 한 발언에서도 이런 심경의 일단이 묻어난다. 그는 "하나금융이 '2.17 노사정 합의정신'을 존중하고 구조조정도 안하겠다고 이사회 조건으로까지 달았는데 법원의 판시를 보면 이러한 정신이 하나도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며 사법부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2.17 합의서는 2012217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사가 ‘5년 뒤 노사합의를 통해 두 은행의 합병을 협의할 수 있다는 합의를 맺고 서명한 문서다. 법원은 최근 금융환경이 현저하게 변했다고 해도 이 때문에 2.17 합의서의 구속력을 부인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 은행이 지금 바로 합병해야 외환은행이 생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법원은 국내외 경제와 금융환경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고려해 이번 가처분결정이 올해 상반기까지 효력이 있다고 제한했다. 외환은행은 이 결정으로 오는 630일까지 하나은행과 합병하기 위한 본인가를 신청하거나 관련 사안을 의결할 주주총회를 열 수 없게 됐다. 모든 합병절차가 순연된 것이다.
 
하나금융과 김 회장은 "금융은 사전적 리스크를 컨트롤 하는 것이 중요하지 결과를 놓고 판단하면 위험하다""그런 측면에서 두 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선제적인 위기대응을 해야 하는데, 법원이 이런 측면을 간과했다""이의신청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행동이 명분과 정당성이 있는데도 공연히 법원이 노조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딴지를 걸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당초부터 두 은행의 합병이 빨리 되더라도 올해 곧바로 금융리스크가 해소되거나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도 노사합의가 진척되지 않을 경우 두 은행의 조기통합은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노조가 하반기에 다시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는 까닭이다. 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은 갈 길이 바쁘다면서 합병을 재촉하고 서둘기만 했을 뿐 명분을 확보하고 공감대를 얻는 작업은 실패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요즘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말로 옯기면 김정태 회장이 노조와의 소통에 실패하고, 독선과 불통의 리더십을 재현한 꼴이다.
 
분명한 것은 법원이 2.17 합의서의 법적 효력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무효화될 만큼 사정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김정태 회장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던 조기통합절차가 명분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3년 전 금융계 4대 천왕이던 김승유 회장의 뒤를 이은 김정태 회장은 올 3월에 임기가 끝난다. 불과 한달 후면 재신임을 받는 것이다. 그는 하나금융 내부에 필적할 만한 뚜렷한 경쟁자가 없어서 연임이 유력했었다. 하지만 협상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데다 이번 법원의 가처분 결정의 파장으로 연임가도에 생채기를 입게 됐다.
 
김 회장은 이제 가슴을 손을 얹고 생각해 봐야 한다. 혹시라도 '시너지 창출'을 위한 본연의 통합목적보다도 자신의 회장임기를 연장하기 위해서 사심(私心)이 작용하지는 않았는 지를 말이다. 그래서 하나-외환은행 통합작업을 변칙과 편법으로 서두르다가 판을 그르치지 않았는 지를 솔직하게 반성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피일미 2015-02-05 06:20:41
기자의 정확한 지적에 공감합니다. 私心이 충만한 결정입니다. 통합시너지 이딴거 원래부터 없습니다.
회장이 하는일이 직원들 앞에서 춤추고, 꽹가리 치고, 이딴짓하면서 우쭐해하는 우스운 조직입니다.
보람과 충청과 서울은행과 합쳐지면서 시너지는 무슨 시너지 입니까? 지점장들이나 자르고 아주 더티한 방법으로 말입니다.자기들은 도무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말로는 하나가족이라 떠들어 대면서 밀쳐냅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