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힘'에 맞서는 박영선 의원의 배짱과 용기
‘이학수 특별법’-.
삼성을 겨냥한 ‘불법이익환수법’이 추진되다고 한다. 이 법은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과 이부진-이서현 사장의 '삼성가 3남매'가 취한 부당이득을 정부가 환수하는 내용이다. 또한 재계에서 그동안 금기시돼 왔던 삼성의 불법 승계 문제를 건드리는 등 여러가지 폭발적인 뇌관을 담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주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법이익환수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법은 ‘특정재산범죄’를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특정재산범죄’란 형법 상 횡령ㆍ배임죄 및 업무상 횡령ㆍ배임죄 중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범죄자 본인 또는 제3자가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의 가액이 50억 원 이상인 죄를 뜻한다. 이른바 ‘이학수법’(특정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범죄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이다.
지난 1999년 삼성SDS의 23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을 주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삼성선물 사장을 겨냥한 법안이다. 박 의원은 최근 범죄행위를 저지른 범인이나 공범이 아니더라도 범죄행위로 인해 불법이익을 취득하게 된 다른 사람의 이익도 환수하는 쪽으로 법안의 방향을 잡고 있다. 이 경우 BW 헐값 발행이라는 범죄 행동과 관련이 없더라도 이로 말미암아 이익을 거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삼남매의 삼성SDS 상장차익도 환수대상이 된다. ‘이학수법’이 ‘이재용법’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 법의 적용범위다. ‘이 법 시행 전에 발생한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이 법을 적용한다’고 돼 있다.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법이 겨냥하는 대상은 삼성이다. 1999년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인주 전 삼성선물 사장이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삼성 3남매에 헐값으로 몰아줬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6~7조원 대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은 2009년 특검에서 이건희 회장과 함께 배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박영선 의원은 “최근 땅콩회항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세습자본주의로 인한 재벌 2ㆍ3세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사회적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러한 범죄를 통한 불법이익은 세금납부없이 세습자본주의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경제정의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청소년들에게 불법행위를 통한 부의 축적이 마치 합법적인 행위인 양 오인케 하여 건전한 사회질서가 무너지는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학수법에 이재용 부회장 삼남매를 포함시키는 것을 놓고 ‘범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적지 않다. 삼남매를 뺀 이학수법에 대해서도, 한번 판결 받은 사건은 다시 심판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 원칙과 법 제정 또는 개정 전에 발생한 사건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과거 행위에 대해 새로 법을 만들어 사적 재산을 환수하는 것은 '소급입법'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헌법 13조에는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삼남매 만 타깃으로 삼아 법을 제정하는 것도 표적입법으로 위헌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정신상 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다만 전례는 있다. 친일재산을 국가의 소유로 한다는 내용의 ‘친일재산환수법’도 소급입법이지만 지난 해 합헌판정을 받았다.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 유병언 특별법이나 전두환 특별법처럼 정치적으로 돌파할 수는 있을 것이다. 박의원이 법안발의가 국민적 호응을 받고 목적의식이 분명하다면 아마도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효과가 있는데도 이것이 최종적으로 법 제정으로까지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모든 입법에는 계기가 있다. 그런데 삼성SDS 건은 사실상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그리고 야당의원 한 사람의 힘 만으로는 거대 ‘삼성의 힘’을 물리치기가 어렵다. 또 국회의석 과반수인 여당을 설득하기도 힘이 부친다. 그럼에도 박영선 의원의 배짱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 시도와 필요성에는 공감을 한다. 정치권에서 자꾸 이런 견제와 감시장치를 만들려고 한다면 이 시도 자체 만으로도 재벌들이 비슷한 방법으로 ‘일확천금’을 획책하는 일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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