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20:50 (화)
금감위와 금감원-임종룡,'왕의 귀환'
금감위와 금감원-임종룡,'왕의 귀환'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5.02.24 23:32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 금융위원장 내정자, NH농협 회장 때 금감원에 `겁박'당한 사실 밝혀져

 
금융가에서 금융검찰, 금피아(금감원+마피아)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의 권세는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 금감원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이다. 모피아(옛 재무부+모피아)로 통칭되는 재무관료 신화가 상처를 받은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당시 옛 경제기획원과 재무무가 통합돼 만들어졌던 재정경제원은 외환위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독립적인 기구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한은의 은행감독원, 재경원의 증권, 보험, 기금에 대한 감독권은 공적 민간기구인 금융감독원에 합쳐졌다. 그리고 상위 기관으로 10명 안팎의 정부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가 꾸려졌다.

금감위와 금감원의 수장은 한 사람이 겸임하도록 했으나 정부 조직과 민간기구 간에 금융 감독 권한과 업무 영역을 둘러싼 갈등은 상당했다. 이 때문에 수차례 두 조직을 합치자는 논의가 나왔으나 반관반민 성격의 금감원 직원들이 공무원 신분으로 바뀔 경우 보수가 대폭 줄어들 것을 우려해 조직 합병에 난색을 표명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 조직인 금감위가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 기능과 금감원의 감독·집행 권한 일부를 가져와 금융위원회로 확대개편됐다. 직원 수도 150~160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정부조직의 팽창은 관치금융 논란으로 이어졌고, 금융위와 금감원은 어색한 동거로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다.
 
지난 3, 금융위원회가 `2015년 범금융 대토론회'를 연 자리에서 임종룡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금융위원장 내정자)이 이른바 돌직구를 날렸다. 그는 "(금감원의) 명문화돼 있지 않은 규제나 구두 지도, 명문 시달 등은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최근 금융사에 빨간딱지(민간 불량 금융사)를 붙이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이런 조치 이후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가 발생했다"고 금감원을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과연 금융사가 제재를 받을 사안이었는지 제재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끝장토론처럼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 마련된 자리였으나 끝내 임 회장 자신과 농협금융에는 이것이 부메랑으로 되돌아 왔다.자신들을 향한 쓴소리가 못마땅했던듯, 금감원 직원들은 농협금융 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임종룡)회장의 어제 발언 취지가 뭐냐""농협이 금감원을 망신주겠다면 우리도 생각이 있다"겁박에 가까운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 때 직원들로부터 이러한 내용을 보고받은 임 회장은 "금감원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조직이냐"며 개탄했다는 후문이다.
 
범금융 대토론회는 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따라서 임 회장의 발언은 그 취지에 걸맞은 의견제시였다는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였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딴 판이었다. 아마도 임 회장은 금융회사 수장으로 농협금융이 아닌 많은 금융사를 대신해 금융당국의 검사와 제재 문제에 대해 느꼈던 솔직한 심정과 바라는 점을 전달했을 것이다.그런데 돌아온 것은 `두고보자'식의 압박 밖에 없었던 셈이다. 임 회장은 현장에서 검사권을 휘두르는 금감원이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뭘 모르는 금융위가 무턱대고 금융산업 발전과 규제 완화와 관련한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돌고 도는 법-. 범금융 대토론회가 끝나고 아이러니하게도 2주 후에 임 회장은 금감원을 산하기관으로 둔 금융위 수장에 내정됐다. 재무관료 출신인 임 내정자는 평소에도 금감원의 검사와 제재 형평성과 관련해 여러 문제의식들을 지인들에게 가감없이 밝혀왔다. 앞으로 그의 스타일상 `좋은 게 좋은'식으로 금감원의 문제점을 덮고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또 그래서도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청와대에서 규제완화를 목이 터져라 외쳐도 일선 금융현장에선 그것이 '마이동풍(馬耳東風)'임을 임 회장은 이제 알아차렸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선거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됐다. 대선공약으로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의 필요성이 잇달아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은 금융위와 금감원, 정부와 야당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아직까지 일보의 진척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를 비롯해서 산적한 현안을 관료세계와 업계의 현장에 골고루 몸담으며 일선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꼈을 임 회장이 잘 풀어나가기를 기대한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