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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회장과 '제왕학'교훈
윤종규 KB회장과 '제왕학'교훈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5.02.2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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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정신 살려서 스스로 '단임정신' 표방하라

 
우리나라는 여러 부문에 걸쳐 이른바 제왕적 리더십이 문제다. 정치권에서는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논란이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일단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때부터 제왕적 리더십으로 군립, 일종의 권력의 인격화가 재연되는 탓이다. 그래서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논의 때마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의식있는 정치인들로부터 제기되지만 아직 개헌의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교회 안에 존재하는 제왕적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성직주의의 문제다. 말 그대로 교계 중심, 목회자 중심의 교회 시스템이 가져온 제왕적 리더십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한국교회 대부분의 실상은 담임목사의 1인체제와 다름 없다. 왠지 교계나 많은 목회자들이 비난하는 정치판과 다를 바 없다. 바로 성직주의 그 자체인 탓이다.
 
재계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 터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황파동에서 보듯이 재벌총수들은 물론 오너그룹의 자녀들 대부분 제왕적 리더십에 길들어 있다.부하들은  마치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듣고도 말을 하지 못하며, 먹어봐도 맛을 모르는 격이다. 대통령이나 성직자나 재벌총수한테는 누구도 아무런 말도 못한 채 오로지 제왕으로 받들기만 하는 기현상을 우리는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이른바 제왕적 리더십이 낳은 사회각 부문의 역기능이자 부작용들이다.
 
KB금융지주가 현직인 윤종규 회장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려던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계획이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로 연기됐다. 현직 CEO의 내부권력화나 제왕적 리더십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현직 회장의 임기 만료 수개월 전에 현직 회장에게 연임 의사를 묻고, 연임 의사를 밝히면 경영성과, 고객만족도, 조직관리 역량 등을 고려해 연임 여부를 우선 검토하는 방안이 마련됐었다. 그러나 회의에서 제도가 악용될 경우 현직 CEO의 내부권력화가 우려된다는 비판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현재 현직 회장의 '연임우선권'을 놓고선 찬반이 엇갈린다. "글로벌 스탠다드로 최고경영자(CEO) 선출 방식을 개선하겠다는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찬성), "'거수기' 사외이사가 많은 한국의 현실에선 CEO'1인 체제'를 강화할 우려가 높다"(반대)는 주장이 대비된다. 이는 정·관계의 '외풍(外風)'으로 역대 CEO가 연거푸 단명한 탓에 지배구조 불안이 반복됐던 KB금융의 '흑역사'를 끝내야 한다는 사외이사들의 의지, 그리고 이에 반해 현직 CEO의 프리미엄 극대화로 오히려 금융사의 '내부 권력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경계하는 금융당국의 우려가 맞서는 대목이다.
 
KB금융은 과거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및 지주사 출범 후 핵심 CEO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거나, 채우더라도 각종 '외압' 속에 불명예 퇴진했다경영 연속성이 훼손된 것은 물론 능력있는 내부 인사가 배제되면서, 독보적 '리딩뱅크'의 위상은 온데간데없이 추락했다. KB금융 한 사외이사는 "연임 여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은 임기 동안 현직 CEO'실질적인 1인자'의 권위를 부여해 '파벌싸움'을 막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만일 경영 성과가 나쁘고 리더십이 부족한 CEO라면 스스로 연임을 원해도 사외이사들이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사외이사들 역시 KB금융 지배구조 폐단의 핵심 당사자'라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KB사태로 그룹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린 장본인들이다.'JP모건체이스·웰스파고 등 글로벌 금융사가 이미 채택한 제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의 현실에는 맞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 또는 기관 투자가 등이 대주주인 탓에 뚜렷한 '주인'이 없는 국내 금융지주사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외이사들이 회사의 미래와 주주의 이익보다는 1CEO와 담합을 통한 '권력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결국 현 CEO와 내·외부 후보들이 경쟁하는 구도를 '내규화', CEO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어느 쪽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주목할 것은 금융기관 내의 제왕적 리더십의 부작용이다. CEO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것은 일종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꼴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인이 없어서 파업과 줄서기에 여념이 없는데 연임까지 사실상 보장한다면 회장 스스로 권력기관이 될 수 밖에 없다. CEO는 외부 주주들 그리고 기관투자자들과 주기적 접촉을 해야 하는 법이다. 이를 통해 주주들이 CEO에 대한 성과와 잠재성에 대해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자 상식이다. 주주들에게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CEO를 보호하고 옹립하게 되는 까닭이다.
 
어렵게 취임한 윤종규 회장은 관상으로 볼 때 '학(鶴)상'에 선비정신을 가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역대 어느 회장보다도 비교적 순조롭게 지배구조개선안을 정착시켜가면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처음엔 순조롭게 출발했어도 금융지주 회장의 권한이 내부권력화로 가는 당연한 순서다. 어느 조직이나 시간이 지날 수록 현 CEO로 권력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기득권으로 이어지고 차기 회장 선출 때에도 공개경쟁을 무시하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낳는다면 앞으로 국제경쟁을 벌어야 하는 KB로서는 구한말 흥선 대원군처럼 '쇄국정책'을 쓰는 꼴이 아닐까.
 
공직에 진출한 사람이 성과를 이루고나면 미련없이 물러나는 것이 옛 선비들의 도리(功成身退)였다.윤회장은 지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퇴직후를 생각하는 '상왕'처럼 세간에서 불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권력이란 좋지만 칼날처럼 무서운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은 자신이 죽은 권력이 됐을 때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제왕학'의 교훈이다. 윤 회장이 진정으로 사심이 없다면 차라리 회장을 한번만 하고 물러나겠다는 단임 정신을 스스로 발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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