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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금융'의 해법과 현실인식
'고장난 금융'의 해법과 현실인식
  • 안규식 상임위원
  • 승인 2015.03.0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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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 원인 분석과 대안제시는 없고 '한탄'만

 
“취지는 공감하지만 해법은 틀렸다.”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와 재계 간의 엇박자 행보를 보여주는 말이다.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동반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와 재계는 현 상황이 위기라는 총론에는 공감한다. 다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임금인상 문제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근로자 임금을 올려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재계가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양새여서 자칫 위축된 내수를 되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금융업권의 국내총생산(GDP) 비율은 목표치인 10% 달성은 커녕 오히려 5%대로 주저앉았습니다. 과감한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역동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3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수요정책포럼에서금융당국과 금융사를 겨냥해 "뭔가 고장났다"고 강하게 타박하면서 금융권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구체적인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선문답(禪問答)'식의 발언만 되풀이하니 답답할 뿐이다.
 
금융당국 및 금융업계는 전일 최 부총리의 금융업에 대한 강한 질타 후 깊은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최부총리는 현재 금융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핀테크·인터넷은행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는 말로 연초 업무계획을 뛰어넘는 '혁신'을 주문했다. 하지만 정책을 주도해야하는 금융당국이나 실무를 담당하는 금융권은 답답할 따름이다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이 왜 고장났는지에 대한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는 것 같다""개혁이라는 말만 반복될 뿐 구체화된 어떤 방안을 제시한 적도 없어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금융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들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금융권은 이달 말 출시하는 안심전환대출도 정부가 가격(대출금리)를 정해주는 등 가격규제가 빈번한 상황에서 말만 개혁을 외치는 것이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안해주니 답답하다고 한다금리를 더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도 더 이상 쓸 카드가 없어 위험한 상황이다.  이미 이러한 분위기가 시장에는 이미 반영됐고 금리 인하 후 생각보다 경기부양이 되지 않는다면 더 믄 문제인 탓이다. 금리인하 정책이 오히려 지금의 '고장난 금융'의 원인일 수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5일 올해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으로 1.6%를 제시했다. 전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재계에 조속한 임금인상을 요청한 게 무색할 정도다. 경총이 회원사에 임금인상률 1.6%를 권고한 이유는 명확하다. 올해 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이 2.9%에 불과한데, 여기에서 임금 정기승급분 1.3%를 빼면 임금인상 여지가 크지 않다는 논리다.
 
물론 경총의 권고가 강제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제시된 가이드라인 중에서 동결’(2010)노사정 일자리 협약에 따른 미제시’(2013) 때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1.6%라는 수치도 통상임금 확대나 60세 정년확대 등 노동시장 제도변화에 따른 실질 임금인상분이 있을 경우 이를 제외하고 올리라는 것이어서 실제로는 동결 수준에 머물 공산이 크다.
 
이에 앞서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이 올해 임금을 6년 만에 동결한다고 밝혔다. 물론 권고안과 실제 인상률이 매번 같지 않다. 2010년의 경우 경총은 동결을 주문했지만 명목임금상승률이 6.4%에 이른 적도 있다. 문제는 정부와 재계가 현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달리 보고 있다는 것이다. 권고안에서 경총은 소비성향 감소, 투자 심리 회복 지연 등 현재의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정부와 견해를 같이했다.
 
하지만 임금인상을 기대하는 정부와 달리 경총은 그 해결책으로 고임 대기업은 물론 성과가 좋은 기업도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전날 최 부총리의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려야 한다는 발언도 정면 반박했다최 부총리는 '금융이 고장났다'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은 많이 해왔다. 하지만 금융이 왜 고장났는지, 그래서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준 적은 없다. 말은 하기 쉽지만 시장에 적용될 실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다양한 면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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