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34 (금)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귀거래사'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귀거래사'
  • 안규식 상임위원
  • 승인 2015.03.14 23:40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쉬워도 '열심히 일한 당신-아름다운 퇴장'으로 이어지길

 
"지난 34년의 공직생활 동안 많은 일들을 했지만 정작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난 13일 이임식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아쉬움 속에 짧은 이임사를 남겼다. 2년 전 취임식 때는 대통령 취임사보다 길었다는 평가 들으면서 무려 22장의 취임사를 낭독했던 그였다. 하지만 떠나는 날 이임사는 단 3장에 불과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있을 때마다 그 현장에 있었다""그때마다 국민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부족한 달러를 구하러 다니며 문전박대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평생의 꿈이 금융강국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금융강국이 실현되는 날 작은 몸짓이라도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직업공무원의 꿈인 '장관급'까지 올랐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보람과 성과보다는 후회와 아쉬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가 이임식에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난다"고 회고한 탓이다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지던 당시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이었던 그는 외국환평형기금 발행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그는 "외평채 발행 성공으로 한국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겠다"고 말하고 떠났지만 결국 달러를 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가 "금융이 강해야만 나라가 튼튼해지고 국민들이 편안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던 경험이 어느 무엇보다 금융강국을 원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해 1, 신제윤 위원장은 매고 있던 넥타이를 가위로 잘라 버렸다. 닷새 뒤에도 또 하나의 넥타이가 잘려나갔다. 카드사 개인신용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그날이었다. 그는 평소 넥타이를 많이 본다고 했다. 한국은행 금리결정이 있는 날 수십 대의 카메라가 총재의 넥타이 색깔만 쳐다보듯이, 그에게 넥타이는 일종의 자신 만의 신화(myth)’였는 지도 모른다. 언젠가 신 위원장은 넥타이를 잘랐던 심정을 조심스레 꺼내놨다. 이날은 신 위원장이 코넥스 기업과 기술금융 지원기업을 만나 함께한 한 해 마지막 현장 방문 자리였다.
 
이날 신 위원장은 지난 해 1월을 회고하며 비록 미신일지라도 그날의 넥타이를 잘라 제2, 3의 사고를 막고 싶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쓰레기통으로 잘라버린 넥타이만큼이나 신 위원장에게 개인정보 유출은 `버리고 싶은' 그 무엇이었던 셈이다. 신 위원장 취임 이후 금융위원회의 시계는 정신없이 돌아갔다. 2013년에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와 관피아 논란에 이어 예상치 못했던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가 마무리될 무렵 KB금융그룹을 둘러싼 관치 논란이 확산됐다.
 
끊이질 않는 사건사고 탓에 금융위 전체가 주말 없이 일했지만, 국회와 국민에게서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넥타이 자른 심정을 토로했던 그날, 신 위원장이 외친 건배사는 '죽기 살기(죽어도 기술금융 살아도 기술금융)'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제윤금융위'2년간의 출항을 마치고 바통을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에게 넘겼다. 신 위원장은 후임으로 내정된 임종룡 내정자는 "평생 자신과 함께 금융강국을 꿈꿔온 사람"이라며 "여러분이 함께하면 금융강국의 꿈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거래사(歸去來辭)는 중국 진()나라의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사부(辭賦)이다.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지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동경하는 내용이다예나 지금이나 고급 관료가 관직을 버리고 낙향할 때는 아쉬움도 많고 할 말도 많을 것이다.그래서 귀거래사는 현직을 떠나서 자연을 벗삼는 전원생활 속에서 인간성을 되찾는 기쁨을 나타낸다.
 
현장에서 금융의 답을 찾겠다던 신 위원장은 지난해 58번의 현장방문을 실시했다. 동선을 늘 같이 해야만 하는 기자들조차 "현장방문 좀 줄이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그만큼 열심히 뛴 셈이다. 신 위원장은 "금융강국이 실현되는 어느 날, 그저 작은 몸짓이나마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회고했다. 그라도 더 할 말이 없었겠는가. 그의 공과는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 평가될 것이다. 이에 관계없이 훌훌털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어느 광고 카피처럼 '열심히 일한 당신-자, 이제 떠나자'. 신 위원장의 격의없는 귀거래사가 '아름다운 퇴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