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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의 위기와 성완종 회장
경남기업의 위기와 성완종 회장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5.03.2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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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바람막이에 기업생명 의존한 오너..무너진 중견 건설업체의 명성

 
창업이나 인수합병은 쉬울 지 몰라도 수성은 참으로 어려운 법이다.

지난 1951년 대구에서 경남토건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경남기업은 알짜배기 중견회사였다. 1960년대 시공순위 30위권 안에 들었던 건설회사 중에 지금껏 이 순위 안에 드는 업체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경남기업 등 3곳뿐이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내세울 것도 많았다. 해외 진출 1호 건설사(1965), 부산 김해국제공항 건설 수주(1972), 건설사 가운데 거래소 최초 상장(1973) 등 업계에서 부러워할 타이틀도 꽤 된다.

경남기업은 국내 주택사업면허 1호 획득해서 지난 1977년 반포 경남아파트를 시작으로 아파트를 건설한 유명 건설업체다. 현재는 경남아너스빌이란 브랜드 아파트가 있다. 국내 건축, 토목, 플랜트등 민간 및 공공 분야에서 건설명가의 명성을 쌓았다. 1967년 국내 건설업체 최초로 해외건설 면허를 취득한 이래로 현재 해외 10개국에서 에너지, 도로, 지하철, 철도, 항만, 교량, 터널, 플랜트 등 인프라 구축을 했다. 경남기업은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건설업 침체 등 온갖 외풍에도 살아남은 경남기업이 지금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 앞에 서 있다. 정권을 넘나들며 탄탄한 인맥을 유지해 온 배결은 오너 성완종(64) 회장의 절묘한 처세술 덕분이었다. 그러는 동안 기업의 속살은 곪고 또 곪았다. 해외 자원개발 명목으로 비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채권단 자금 지원이 한계에 봉착하며 법정관리의 기로에 서 있다. 정권을 넘나들며 권력에 기댄 채 근본 처방은 외면해 온 성완종 회장의 책임이 무겁다.
 
경남기업이 본격적으로 휘청대기 시작한 건 대우 계열사 편입(1987), 독자경영(2000)을 거쳐 2003년 성 회장의 손에 넘어간 뒤부터다. 그가 깜짝 스타가 된 시점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중퇴 학력의 성 회장은 23세에 단돈 100원으로 배추 화물운송업을 시작해 성공을 거두고 이듬해인 1975년에 건설업에 뛰어들어 1982년 대아건설, 2003년 경남기업을 차례로 인수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의 성공신화는 남다른 처세술의 덕이 컸다
 
자민련 새누리당자유선진당으로 둥지를 옮겨 다닌 끝에 드디어 2012년 국회의원이 되는데 성공(그러나 작년 6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박탈)하기도 했다노무현 정부 당시 두 차례 징역형(불법 정치자금, 배임증재)을 선고 받았다가 모두 특별사면으로 풀려날 수 있었던 것도, 또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 해외순방을 9차례 동행하는 등 확실한 '친이계 인사'로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정권을 넘나드는 처세의 힘이었다 
 
채권단은 20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30여곳 채권 금융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경남기업 지원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남기업은 법정관리 외에 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문제는 이렇게 부실로 얼룩진 경남기업이 워크아웃 때도 '투자적격'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평가는 적절했나 하는 의문이 남는다. 지난 주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이번에는 한국신용평가로부터 경남기업 대출과 관련된 자료를 모두 제출 받았다. 문제가 되는 정부지원금인 성공불 융자를 경남기업이 받는 과정에서 신용평가가 제대로 진행됐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경남기업은 세 차례의 기업재무 구조 개선작업, 이른바 워크아웃이 있었다. 워크아웃 기간에도 '투자적격' 등급을 받은 바 있다. 특히 2010년엔 앞으로 투자 전망이 '긍정적'으로 돼있다. 경남기업은 2010년과 2011년 석유공사로부터 국고인 성공불융자를 지원받았다. 이렇게 석유공사로부터는 러시아 유전개발 등을 이유로 총 330억 원을 받았다. 또 아프라카의 니켈 광산을 개발을 한다며 광물자원공사에게 일반 융자금 130억 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가운데 일부를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검찰은 다음 주부터 성완종 대주주 등 관련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경남기업은 그동안 성완종 오너의 덕을 톡톡히 봤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된 2차례(2009, 2013) 워크아웃 심사 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채권은행들의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2013년 당시만 해도 벽산건설 우림건설 풍림산업 등 대부분의 부실 건설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경남기업은 이례적으로 채권단의 90%"회생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지원에 찬성했다. 더구나 채권단은 성 회장의 대주주 자격 박탈 등 내부 구조조정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때 성 회장은 금융당국을 주무를 수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그러는 사이 회사의 자금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2008년 전까지는 알짜 기업이던 경남기업이 성완종 회장 인수 후부터 휘청거리고, 워크아웃 등 숱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권력의 바람막이가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은 평범한 진실이다. 정치 바람을 탄 오너 탓에 경남기업은 결국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다. 정치적 배경은 일시적으론 방패가 될 지는 몰라도 밑바닥부터 견고한 성채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정치바람의 후폭풍은 마치 핵폭탄의 후폭풍처럼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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