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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두구육(羊頭狗肉)' 재벌오너들
'양두구육(羊頭狗肉)' 재벌오너들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5.04.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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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총수' 오명 벗어나 스스로 보수 공개해야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말이 있다.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겉 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것 *겉과 속이 서로 다름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의 뜻을 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공통점은 뭘까.범 삼성가 오너 일가 경영인인 이들은 그룹 경영에서 막대한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오너일가다. 최태원 SK, 이재현 CJ,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공통점은 횡령 등 불법을 저질러 실형을 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경영인이다. 이들도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사퇴, 보수공개 의무에서 벗어났거나 벗어나게 되는 오너들이다.
 
2013년 11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연간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의 보수 공개를 의무화했다. 등기임원 보수공개 의무화 제도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재벌그룹 총수 일가들이 보수잔치를 벌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2년째에 접어들면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보수공개가 의무대상을 등기이사로 한정한 탓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 총수나 일가들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 은근슬쩍 숨었다. 이런 것들이 이른바 현대판 ‘양두구육’ 현상이 아닐까.
 
국내 239개 주요 그룹 오너들의 보수공개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그룹사 가운데 15.5%인 37개 그룹 오너 일가가 보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2013년 11월 보수 의무공개가 의무화한 뒤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오너만 해도 10여 명에 이른다. 지난 해 30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 1위를 차지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해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은 실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거액의 보수를 받아 비난이 쏟아지자 받은 보수를 모두 기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지난해 보수 순위에서 상위권을 형성했다.
 
김승연 회장은 형이 확정되자 일부 계열사의 경우 등기임원을 맡지 못하도록 한 법에 따라 등기임원을 사임했다. 이재현 회장은 올해 일부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지난해 보수를 공개했다.급여를 받지 않았다.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도 등기이사직을 사임해 올해 보수 공개명단에서 빠졌다. 부부 모두 보수 20위 안에 있던 담철곤 오리온 회장 부부는 뚜렷한 이유없이 등기이사직을 내놨다.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과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은 보수공개가 의무화된 뒤 미등기임원으로 바뀌었다. 이밖에 SPC그룹, 무림그룹, 종근당그룹, 동서그룹, 태광실업그룹, 조선내화그룹 등의 오너일가 경영진도 모두 같은 경우다.
 
오너들은 등기임원직에서 사퇴하면서 퇴직금을 두둑하게 받았다.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현대제철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났는데 퇴직금만 108억2천만 원에 이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해 2월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모두 사임했는데 계열사 4곳에서 퇴직금만 143억8천만 원을 받았다. 오너 경영인들의 등기이사 사퇴 행렬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장형진 영풍 회장, 최신원 SKC 회장도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한마디로 ‘비겁한 총수들’이다. 연봉공개는 피하면서 경영권은 왜 휘두르는지, 그러고도 책임경영을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총수들이 연봉공개를 하지 않지만 급여를 챙긴다. 이를 감출수록 의구심은 오히려 커진다. 재계는 마녀사냥, 여론재판 운운하지만 그런 행위 자체가 불신을 키우는 행위다. 굳이 해외사례를 들 필요도 없이 연봉공개는 세계적 추세다. 미국의 경우 등기, 비등기를 불문하고 주요 의사 결정구조에 있는 경영진의 보수를 공개한다. 제대로 일하고 그에 합당한 산정 기준을 통해 보수를 많이 받는 걸 시비할 사람은 없다.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의 전문경영인 3명이 지난해 거액의 연봉을 받은 것은 이 땅의 샐러리맨들에게 일할 의욕을 북돋워 준다. 올해는 코콤, 코맥스 등 일부 중소·중견기업 경영진들이 연봉 5억원 이하인데도 보수를 공개했다. 투명경영은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요체다. 경영에 참여하는 총수일가라면 이제 비겁한 '양두구육'의 막장을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겉다르고 속다른 '야누스'적 두 얼굴의 경영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스스로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도대체 이 대명천지의 저 화사한 봄철 태양 앞에서 무엇이 두렵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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