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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지난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 안규식 상임위원
  • 승인 2015.04.0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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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하는 전문 경영인..주식갑부 가능성도 희박해져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창업주 서정진 회장이 지난 달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시대가 열렸다. 서 회장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평소 소신을 실행에 옮겼다는 평가다. 서 회장은 향후 이사회 회장으로 그룹 미래비전과 중장기전략 구상, 해외 네트워크 강화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굵직한 경영판단에는 개입하겠지만 실질적인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셀트리온 창립초기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온 서 회장은 사업모델이 완성되고, 안정적 성장단계로 접어드는 2015년에는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수차례 밝혔다. 서 회장이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은 셀트리온의 바이오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개발과 생산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진 것은 드문 일이다. 재벌오너가 경영권을 남에게 넘기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임을 입증한다.얼마 전 재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문덕규 전 SK네트웍스 사장이 임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물러나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켜 달라며 공개적으로 '항명'했다. 중소기업도 아닌 국내 4대 재벌로 꼽히는 SK그룹에서 일어난 일이다. 우리나라 전문경영인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글로벌기업들을 보면 좋은 실적을 낸 전문경영인이 수십 년 동안 기업을 이끌어가고 오너는 뒤로 물러나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실적부진에 시달리더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는 있다. 다만 임기가 끝나기 전 예고없이 해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적어도 임기 중 오너가 인내심을 발휘한다.하지만 국내 전문경영인들은 단명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적과 무관하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도 많다. 전문경영인은 억울할 법도 하지만 오너의 뜻이 절대적이다.어디다 대고 하소연할 곳도 없다.
 
전문경영인이 이런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대체로 3년 안팎의 임기 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탓이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거시적 관점이 아니라 단기성과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당장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인수합병과 설비투자는 꺼린다. 전문경영인의 운명은 오너의 의사가 크게 작용한다. 결국 전문경영인이 독자적 판단에 따라 회사를 이끌기는 쉽지 않다. 그들이 한계를 보이는 진짜 이유는 오너의 눈치때문인 것이다.
 
실적이 좋아도 전문경영인의 자리가 그대로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해까지 연임이 확실시됐었다. 조선업 불황 속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달성했다. 고 사장이 영업통으로 구축한 네트워크가 빛을 발했다. 회사 내에서 돈독한 신뢰를 쌓고 노조와 관계도 원만했다.그러나 고 사장은 결국 연임에 실패했다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고 사장을 교체하기로 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고 사장 임기가 끝나는 이달 말까지 후임사장을 정하지 못했다. 아직 사장추천위도 열리지 않아 후임사장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임기가 끝나는 고 사장이 한시적으로 유임됐다
 
 
전문경영인이 주식갑부가 될 가능성도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삼성SDS 주식으로 1조 원의 주식갑부에 오른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신화가 다시 재현될 길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갑부에 이제 전문경영인의 이름을 발견하기 어렵다. 과거 스톡옵션으로 전문경영인이 주식을 확보해 주식갑부에 오를 길이 열렸지만 이제 이런 길이 막혀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얼마 전  한전부지 10조 입찰을 놓고 정몽구 회장의 독단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 현대차그룹 이사회 개혁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이사회 구성원들이 동기를 유발할 수 있도록 전문경영인에게 스톡옵션이나 주식 부여 등이 아직은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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