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원리 위배?..은행권과 주금공은 수익성 악화우려 고민

보통 정부가 선보인 정책 금융상품은 시장에서 큰 인기가 없다고 한다.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가입조건이 까다롭다. 상품이 급하게 만들어지다 보니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떨어진다. 박근혜 정부가 전세난을 잡겠다고 선보인 ‘목돈 안드는 전세’ 상품은 정책 목표가 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로부터 외면을 받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큰 인기를 얻은 건 이례적이다. 이자만 내는 대출을 2%대 중반대의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바꿔주는게 안심전환대출이다. 지난 달 24일 출시돼 출시 4일 만에 한도 20조원을 모두 소진했다. 금융당국은 이 상품이 예상 외로 히트를 치자 곧바로 한도를 20조원 더 늘려 지난 3일까지 신청을 받았다. 9일 동안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34만5천명, 금액은 34조원에 육박한다. 1차 때 19조8천억원, 2차 때는 14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2차 신청은 한도인 20조원에 미치지 못한 만큼 조건만 맞다면 모두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제 2금융권 대출자나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상품 출시를 계기로 그동안 문제로 거론됐던 대출구조가 상당 부분 개선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당국으로선 이 정책목표에 치중하다가 사회적 형평성을 잃은 처사가 됐다. 이번에 혜택에서 제외된 소외계층은 앞으로 어떡할 것인가. 특히 이번처럼 누군가에게 이자혜택을 주기 위해 다른 한쪽(은행과 주택금융공사)에 무리한 부담을 지운다면 해당 금융기관의 수익악화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부로서도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부의 편중과 빈부격차에 다른 분배구조의 개선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그런데 ‘버티면 정부가 구제해 준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정부로서도 '포퓰리즘'에 휘둘릴 수가 있다. 비슷한 정책을 남발할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시장질서가 파괴될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번에 소외된 서민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보완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리를 낮추는 데만 치우칠 경우 시장 교란이 일어나고, 나아가 대출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 탓이다. 이른바 한번에 ‘꿩도 잡고 매도 잡기’는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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