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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형 기업인' 성완종 전 회장
'정치인형 기업인' 성완종 전 회장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5.04.0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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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정치외도..한때 돈·권력 모두 가졌지만 무너져 내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유서를 남긴 채 잠적했다가 숨진 채 발견된 9일 하루종일 세간의 화제는 성 전 회장에 쏠렸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 법이지만 재벌회장에서 국회의원, 그리고 급기야 자원외교 비리혐의로 검찰 수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보면 인생이 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재력과 권력 모두를 가졌던 '정치인형 기업인'이었다. 1951년 충남 서산 해미에서 태어난 성 전 회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중퇴를 하고 13살 때 상경했다. 이후 삶은 '자수성가(自手成家)' 그 자체였다. 7년간 신문배달·약배달하면서 돈을 모았고 청년 때 화물영업소를 차려 종잣돈 백만원을 벌었다. 30대 중반 대아건설을 인수한 뒤 승승장구해 2003년 대기업 소속이었던 경남기업까지 인수하게 된다. 기업인으로서는 입지적인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016대 총선에서 자민련 공천을 받으려다 실패했다. 200417대 총선에서는 총재 특보단장으로 비례대표 2번을 받았으나 탈락했다. 18대 국회의원때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출마를 포기했다. '4' 끝에 금배지를 단 것은 2012년 자유선진당 후보로 당선된 19대 총선 때다.'캐스팅 보드'였던 충청의 지역기반은 그의 큰 자산이었다. 서산장학재단을 만들어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충청권 인사들 모임인 충청포럼 회장을 맡기도 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MB맨이 아니다'는 성 전 회장의 호소는 절박한 신정의 호소였던 것 같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직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정관계 로비 및 MB실세들과의 친분을 통해 관급공사를 수주하며 경남기업의 사세도 커졌다.정치적 행보는 지난해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면서 끝이 났다. 총선 전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지역 주민을 지원한 것이 공직선거법에 걸려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기업 상황도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34대강 담합 징계로 관급공사 입찰 제한을 받으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자원외교 사업들로 인해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두 번 워크아웃 심사를 받을 때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으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 자원외교 비리수사는 그를 막다른 길로 내몰았다.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던 성 전 회장은 "MB정부의 피해자가 MB맨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고, "검찰이 표적을 잘못 정했다"고 울면서 격정을 토로했다.
 
성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일한 경력 때문에 세간에서 'MB'으로 지칭하는데 대해 매우 억울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런 심정 이면에는 현재 검찰에서 진행 중인 자원비리 의혹 수사가 일종의 '표적수사'라는 불만이 잠재했던 것 같다.전문가들은 사회 저명인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의 배경에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물론 '부와 명예라는 인생의 목표가 사라진 후 닥쳐오는 상실감과 패배에 대한 공포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꼽는다. 성 전 회장과 같은 사회적 성공을 거둔 인물들은 의외로 명예가 손상되는 일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작은 실패에도 자신을 '패배자'로 낙인찍고 극도의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만약에 그가 정치를 하지 않고 기업으로 매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어설픈 정치외도가 엄청난 화()로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떠난 그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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