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에는 아직도 금융권이 ‘약방의 감초’처럼 필수코스다. 고 성완종 전 회장이 경영하던 경남기업이 정치권과 금융감독기구 등의 로비를 통해 금융권에 워크아웃 지원 압력과 청탁을 행사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신분이어서 성 전 회장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었다는 증언도 이어진다. '을'의 입장에서 '슈퍼 갑'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얘기다. 은행들은 이와 관련해 "특혜나 부실 신용평가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모든 기업에 대출을 할 때 실제 담보 능력과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대표이사(CEO)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우고 있다. 따라서 연대보증을 세울 때 개인의 보증담보능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대표가 담보능력이 없더라도 추후 부실화할 때 책임을 지우기 위한 사후 책임추궁 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그가 기업을 키운 방식은 건실한 기업인들과는 다르다. '돈이면 다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배어있다. 곳곳에서 정경유착의 의혹이 드러난다. 그가 1982년 인수한 대아건설은 중소 건설업체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그런 부실 회사가 워크아웃을 졸업한 바로 다음 해인 2003년 건설업체 도급 순위 20위권의 경남기업을 인수했다.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은 격’이라며 뒷말이 무성했다. 그는 2002년 지방선거 때 출마 후보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2005년에는 당시 노무현 정부 실세들이 대거 관련된 ‘행담도 개발 비리’에 연루되어 두 차례 사법 처리됐다.
그 때마다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005년과 2007년에 각각 특별 사면되는 전례없는 특혜를 받았다. 권력에 기대어 기업을 키우고 지킨 성 회장이 이른바 ‘손볼 사람’ 리스트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일각에서 동정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그를 억울한 희생양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항상 정치권에 줄을 대고, '정치인형 기업인'으로서 정경유착형 사업을 하다가 몰락한 기업인이었던 탓이다. 그는 자신의 기업을 위해서 국회의원이 됐고, 의원 시절 직접 은행장등을 불러서 철저히 은행을 이용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항상 '돌쩌귀'신세였던 것은 이런 정경유착적 구조 탓이다. 여전히 후진적인 정치관행과 워크아웃 등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반성과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성완종 게이트'는 한마디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문제로 귀결된다. 한마디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법제도와 기촉법, 통합도산법, 자율협약에 의한 워크아웃 제도상의 문제다. 이를 바꾸려면 많은 작업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워크아웃 등 기업구조조정은 물론 금융감독기구 체계 개편문제 등을 더 세부적으로 쇄신하고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