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5 (토)
아날로그 금융-디지털 금융
아날로그 금융-디지털 금융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5.05.18 23:57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년 만에 바뀌는 금융거래 실명확인 방법

 
금융실명제는 지난 1993년 우리 나라의 모든 금융거래를 금융거래 당사자 실제 본인의 이름으로 하도록 도입한 제도이다.

우리 경제는 해방후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게 됐다. 개발을 위한 내자동원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가명·무기명 금융거래 등 잘못된 금융관행이 묵인되어 음성·불로 소득이 널리 퍼진 이른바 지하경제가 번창했다.

이에 따라 계층간 소득과 조세부담의 불균형이 심화됐다. 재산의 형성 및 축적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져 우리 사회의 화합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장애요인이 됐다. 또한 비실명거래를 통해 부정한 자금이 불법 정치자금·뇌물·부동산투기 등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 조성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의 근로의욕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비실명 금융거래의 오랜 관행에서 발생되는 폐해가 널리 번짐에 따라 금융실명제를 도입하여 금융거래를 정상화할 필요가 절실해 졌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과거 정권에서 부작용을 우려하여 실시를 유보하였던 금융실명제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금융실명제는 모든 금융거래를 실제의 명의()로 하도록 함으로써 금융거래와 부정부패·부조리를 연결하는 고리를 차단하여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데 뜻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자산에 대한 종합과세가 가능하도록 하여 공평과세를 이룩하고자 하는 제도다. 금융실명제는  이처럼 금융거래의 정상화라는 취지로 추진된 것이다.

정부가 금융 거래 때 얼굴을 보지 않고 하는 '비대면 실명' 확인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1993년 도입한 금융실명제 운용 방식의 근간을 22년 만에 손을 본다는 의미다.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의 발달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는데 금융규제는 20여년 전의 오프라인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 불편은 물론이고 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처럼 급속도로 진화하는 세계적인 금융환경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비대면 실명 확인 허용 방침은 1993년 도입한 금융실명제 노선을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크게 바꾼 것이다금융실명제는 금융회사와 거래할 때 가명이나 차명이 아닌 본인의 실제 명의, 즉 실명으로 거래해야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그러나 인터넷에 기반한 거래기술이 발달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창구에 나타나지 않는 일이 점점 더 일반화되고 있다. 현재 CD·ATM,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금융거래가 전체 거래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IT(정보기술) 발전에 힘입어 전자인증 등 대면 확인에 의존하지 않고도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난 것도 대면 확인 노선을 버리게 한 요인이다.  

물론 비대면 실명 확인 허용이 낳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명의도용이나 대포통장 등을 활용한 범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금융사와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보안 강도를 낮추는 만큼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사고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명의도용 가능성이다. 즉 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개인정보를 활용해 통장을 개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 실명확인 도입이 앞으로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금융권의 전망은 엇갈린다과거에도 HSBC 등이 직원이 직접 찾아가 계좌를 개설해주는 방식이 있었으나 고객 모집 효과는 크지 않았다. 비대면 실명확인이 얼마나 효율적일지 의문이다.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이 지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은행이나 증권사의 영업 활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고객을 단숨에 유인할 정도로 큰 혜택을 주면서 공격적 마케팅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증권 계좌 개설이 상당수 은행을 통해서 이뤄지는 탓이다.
 
점점 은행이 과거의 방식 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수익성 악화는 금융권과 IT기업 간의 결합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조치가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인 지 아니면 '나비효과'를 낳을 것인지 주목된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