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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탈세재판’ 왜 이리 질질 끄나
효성 ‘탈세재판’ 왜 이리 질질 끄나
  • 박미연 편집위원
  • 승인 2015.05.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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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의 재벌총수들..1심 선고도 안한 조석래 회장만 '특과'

 재판에 출석중인 조석래 회장
"지연된 재판이 잘못된 재판보다 더욱 해악."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가 24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지난 14일 대법원 2(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9915월 사건이 발생한 지 24년 만에, 20081월 재심을 청구한 지 7년 만에야 사법부 최종 판단을 받았다.강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석태 변호사는 지난 해 인터뷰에서 "조작 사건들에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은 무조건 항고한다. 그래서 재판을 더 오래 끌고, 고통은 더 오래 지속된다"며 "이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재판과정이 길어지면서 겪는 피해자의 고통은 국제 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다뤄진다
 
김상훈 변호사는 "대법원이 201433일 접수하여 1년이 넘도록 사건 선고를 미뤘다는 점은 반국제법적이고 반역사적이며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지연된 재판이 잘못된 재판보다 더욱 해악'이 될 수 있고, '재판의 지연은 권리보호의 거절'과 동의어가 될 수도 있다. 기훈 사건을 포함한 고문 피해에 관한 과거사 재판이 이 범주에 속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판 지연의 문제 외에,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탈세와 배임,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유달리 할 말이 많은 듯 하다. 지난 해 3월 공판에서 "효성그룹을 위한 일이고, 금융위기를 넘기기 위한 불가피한 일이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이런 항변은 과거 재벌총수에 대한 재판에서도 있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재판부는 그 판단 배경으로 이를 들었다. “개인적 치부를 위한 전형적 범죄와 차이가 있어 상당 부분 참작할 여지가 있다.” “피고인이 꾸준히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해 1597억 원을 공탁했다.” “그동안 경제건설에 이바지했다.” “건강상태가 나쁘다.”등등.. 조석래 회장도 이런 전례를 들어가며 선처해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지난 2013년 초 재계에는 사정(司正) 바람이 불었다. CJ 이재현 회장을 시작으로, STX, 웅진, 효성, 동양 등 대기업 오너가 배임과 분식 회계 등의 혐의로 연이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결과는 참혹했다.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고, 현재현 동양 회장은 1심에서 12년형을 선고 받았다. 강덕수 STX 전 회장과 윤석금 웅진 회장도 1심에서 각각 6년과 4년형에 처해졌다.반면 효성 조석래 회장은 달랐다. 아직 1심 선고조차 받지 않았다. 지난 해 1월 기소된 이후 15개월 동안이나 1심이 진행중이다.
 
형사 사건에서 1심을 이렇게 오래 끄는 건 드문 일이다. 법원 주변에선 올 하반기나 돼야 겨우 선고가 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사건만 판결이 마냥 늦어지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일단 다른 사건은 재벌 오너들이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불구속 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통상 구속 사건은 구속 기간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재판을 서둘러 진행한다. 불구속 사건은 그런 부담이 없다. 아무리 그래도 1심을 이렇게 오래 끄는 건 이례적이라고 법조계 주변의 얘기다.
 
효성 측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쓰고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관련 증인들의 진술을 번복하거나 검찰 수사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재판을 최대한 늘리고 보자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이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만 다섯 차례 진행한 뒤에 본 재판이 시작됐다. 효성 측은 조 회장의 건강 문제 등 불가피한 사정이 실제로 있었고, 법원 내부에서도 재판부 인사가 있어 늦어진 것일 뿐 의도적으로 재판을 늘리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렇더라도 효성재판은 이제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 재벌총수들이 국가경제를 위해서 수고한 것은 다 안다. 이런 주장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별로 수긍을 하지 않을 뿐이다. 문제는 사법부가 효성측 사정을 봐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구속된 다른 재벌 총수들과의 형평성을 봐도 그렇다. 건강문제라면 조 회장보다 더 심한 사람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옥중에서 수술까지 받았다. 죄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판결을 하고 서둘러 매듭을 짓는 것이 법의 원칙이자 상식의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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