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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삼성 공격'
엘리엇의 '삼성 공격'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5.06.0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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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이익 앞세운다" 비판..귀중한 ‘수업료’ 될 수도

 
국제금융계에선 삼성물산 주식 7.12%를 사들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 폴 싱어(사진)를 지독한(tenacious)’ 헤지펀드 매니저라고 한다.

그의 지독함이 잘 드러난 것은 지난 해 아르헨티나의 기술적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건을 들 수 있다. 2001년 부도난 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한 싱어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무 재조정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며 수년간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승리를 이끌어냈다. 아르헨티나는 미국 법원의 원금 상환 판결에도 괘씸한 싱어에 원금 상환을 거부하고 있다. 갚을 돈은 있는데 갚을 의지는 없는 디폴트 아닌 디폴트 상태인 셈이다.
 
이 시점에서 싱어를 가장 많이 연구해야 할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싱어의 삼성물산 주식매집으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계획이 암초에 부딪힌 탓이다. 자칫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계획이 차질을 빚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합병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변경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한 합병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엘리엇은 이런 약점을 잡고 직접 행동에 나선 셈이다. 엘리엇이 그동안 헤지펀드들이 그렇게 했듯이 삼성물산 주가를 올려 차익을 얻고 빠질 것으로 증권전문가들은 해석한다.
 
하지만 이번 삼성물산 분쟁으로 삼성그룹은 사업과 무관하게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도덕적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이른바 삼성식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수가 소수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한국 재벌의 취약성을 확인해 줬다. 또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합병 등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식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삼성그룹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이의 제기가 자칫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명분대결로 번질까 우려하는 눈치다. 양사의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 지분 0.5%을 보유했을 뿐이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에 대한 간접적 지배력이 늘어난다.
 
따라서 합병이 무산될 경우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한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비판적 문제를 제기할 수록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자칫 불명예를 안고 경영권을 승계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엘리엇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약점을 노리고 들어왔을 것이다이 대목에선 삼성이 먼저 반성을 해야 한다. 외국자본이 비집고 들어올 빌미를 제공한 때문이다.
 
삼성이 하면 다 된다’ ‘삼성의 논리가 시장에 통한다는 자만적인 태도가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삼성그룹은 이미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무산된 전례가 있다. 당시도 삼성이 하면 다 된다는 태도에 대한 경고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면서 이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거침없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다. 물론 소액주주들로부터 제지를 당하지도 않았다.로이터는 엘리엇의 이번 삼성물산 합병 이의제기는 늘어나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대변하고 있다한국의 대기업들이 오너 일가의 이익을 주주 권익보다 앞세우는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도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상당히 적은 비용으로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엘리엇의 기습공격으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제동은 건 것은 결국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대변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배구조가 취약한 한국 재벌들이 외국계 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엘리엇의 공격으로 삼성이 이제라도 오너 이익을 앞세워 왔다는 국내외 비판에 진실로 귀를 기울인다면 앞으로 튼튼하고 내실있는 경영권 이양을 위해서 귀중한 수업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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