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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황태자' 이맹희 회장
'비운의 황태자' 이맹희 회장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5.08.1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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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의 양녕대군인가? 아니면 사도세자인가?

 
양녕대군은 조선왕조 전기에 살았던 비운의 왕세자이다. 태종 이방원의 장남이며 세종의 형이다. 세자로 책봉됐으나 궁중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끝내 폐위되고 만다.

양녕은 성품이 자유분방했다. 유교적 교육과 엄격한 궁중생활, 특히 왕세자로서 지켜야 할 예의법도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사냥을 좋아했고 기생을 탐하여 궁궐 내 처소에 여자를 불러들여 태종의 노여움을 사기도 했다. 그리하여 부왕인 태종은 물론 엄격한 규범적 생활을 강조하는 유학자들의 우려 대상이 됐다. 부왕은 세자로서 모범을 보이도록 타이르고 벌을 내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끝내 그 뜻에 부합하지 못하고, 남의 첩인 어리(於里)라는 여자를 탐하여 임신까지 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궐 밖에서 아이를 낳게 됐다. 그의 비행을 감싸주던 장인 김한로는 귀양을 가게 됐다. 황희도 세자 양녕을 두둔하다 처벌을 받았다. 결국 유정현(柳廷顯) 등의 상소로 폐세자된다. 양녕이 궁궐을 나와서는 타고난 그의 기질대로 한량으로 생활했다. , 서예, 음악 등 예술에 관심을 가졌고 일생을 풍류객으로서 자유분방한 생을 지냈다.
 
삼성가 '비운의 황태자'로 불리던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비운의 재벌가 장남들이 다시금 세간에 오르내린다. 이맹희 명예회장은 고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이다. 한때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1966'한비 사건(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을 계기로 호암이 2선으로 물러나면서 이 명예회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부사장 등 주요 직위에 오르며 단기간 삼성그룹의 총수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부진한 경영 실적과 삼성 비리 관련 청와대 투서 의혹 등에 휘말리면서 곧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호암이 이 명예회장이 한비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에 투서를 했다고 믿으면서 부자(父子) 간 갈등은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호암 별세 후 셋째 아들이던 이건희 회장에게 반도체, 전자, 제당, 물산 등의 삼성그룹 주요 지분이 승계되면서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원톱'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이맹희 명예회장은 이후 제일비료를 설립했다 실패했고 1980년대부터는 중국 등 해외를 떠돌며 생활했다. 1994년 부인 손복남 여사가 안국화재 지분을 이건희 회장의 제일제당 주식과 맞바꾸면서 현재의 CJ그룹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이 명예회장은 말년에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재산권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패소했다. 결국 지병인 암으로 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했다.
 
한때 삼성 그룹내에서 17개 직함을 갖고 있던 이맹희 씨, 경영능력 부족을 이유로 아버지 눈 밖에 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맹희 씨의 생각은 달랐다. 이맹희 씨가 1993년 집필한 회상록 '묻어둔 이야기'에서 나온 얘기.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감옥에 갔다 온 차남 이창희 씨가 삼성그룹 비리를 청와대에 제보했는데, 이 일에 자신이 개입된 것으로 아버지가 오해를 하는 바람에 동생에게 후계자 자리가 돌아갔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는 장자 상속이라는 유교적 전통에 따라 장남이 가업을 이어받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야심찬 동생에 의해 밀려나거나 심지어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경우도 있었다. 유명을 달리한 이맹희 회장을 삼성가의 양녕대군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사도세자로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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