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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성적표
대통령의 성적표
  • 이도선
  • 승인 2015.09.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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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선칼럼>요즈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심상찮다. 마침 임기 반환점 당일 새벽에 날아든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이라는 낭보에 힘입어 불과 일주일 만에 15% 포인트나 뛰어오르더니 중국 70주년 전승절에 다녀와서는 50%선도 훌쩍 넘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지뢰와 포격 도발로 비롯된 일촉즉발의 대치 국면에서 특유의 원칙론과 뚝심으로 밀어붙여 남북 협상의 새로운 전범(典範)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사과’라는 명시적 표현에 이르진 못했지만 ‘유감 표명’의 주체가 북한임을 못 박은 것은 번번이 도발 책임을 회피하고 두루뭉수리로 넘어가던 북한의 ‘굴복’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꽤 유의미한 성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을 격상시키고, 8.25 고위급 합의의 첫 결실로 ‘10월 이산가족 상봉’을 끌어낸 것도 지지율 상승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상 오르내리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는 게 박 대통령 지론이다. 하긴 박 대통령 지지율은 롤러코스터 그 자체다. 집권 직후 40%대로 출발한 지지율은 한동안 고공행진하며 70%선을 넘보기도 했다. 그러나 인사 파동과 국가정보원 댓글 논란, 세월호 참사 초기 대응 실패 등이 겹치면서 다시 40%대로 주저앉았고 비선 실세 논란과 연말정산 세금폭탄 소동 때에는 20%대까지 추락했다. 올 들어서도 성완종 파문과 메르스 사태 등으로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다 고위급 접촉 타결 등으로 모처럼 반등에 성공했다. 각종 비리와 어설픈 국정 운영 등의 악재와 활발한 정상 외교나 의연한 안보 대처 같은 호재가 엇갈릴 때마다 춤추는 지지율에 연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지율이 너무 떨어지면 국정동력을 해친다는 게 문제다.

  매주 발표되는 국정 지지율은 국민이 매기는 그때그때의 대통령 성적표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집권 전반기 성적표는 어땠을까? 박 대통령은 2년 반 전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취임사에서 경제 부흥, 국민 행복, 문화 융성, 평화 통일 기반 구축의 4대 국정기조를 제시하며 “부강하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없고 국민의 평가도 별로다. 중앙일보가 8월19~20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이 전반기 국정 운영을 “잘못했다”는 의견이 49.4%로 “잘했다”는 평가(40.5%)를 웃돌았다. 다른 여론조사들도 결과는 대동소이했다.

  후반기라고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국정 운영 방식에 별다른 변화가 엿보이지 않아서다. 집권 이후 수없이 지적된 ‘불통’과 ‘만기친람’은 요지부동이다. 극소수 측근 말고는 대면 보고가 하늘의 별 따기란 항간의 소문이 사실이라면 예삿일이 아니다. 할 말은 언제나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를 거쳐 나올 뿐이고 좀처럼 국민 앞에 직접 나서지 않는다. 손이 부르틀 정도로 사람들과 악수하며 부대끼던 ‘선거의 여왕’ 시절과는 영 딴판이다. 기자회견은 연례행사가 됐고 여야 의원 회동은 가뭄에 콩 나기다. 1년여 매달린 공무원연금도 '찔금 개혁‘에 그치고 말았지만 이런 식의 국정 운영으론 눈앞의 현안인 노동 개혁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어느새 몹쓸 관행으로 자리 잡은 ‘전임자 흔적 지우기’가 답습되는 것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가 많은 공을 들였고 국제기구 유치 등의 성과도 있었던 ‘녹색’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에 밀려 자취를 감췄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배수로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혹심한 가뭄에도 아무 쓸모가 없다니 기가 찰 따름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역시 똑같은 꼴을 당하기 십상이다. 차기 정부는 출범하기도 전에 미래창조과학부란 명칭부터 갈아치울 테고 박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인 창조경제센터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처지로 전락할지 모른다.

  박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고 청와대를 나설 때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궁금하다. 마라톤은 반환점을 한참 지난 35km 지점께가 승부처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얼마나 치고 나가느냐가 우승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마라톤으로 치면 박 대통령에겐 아직 승부처가 남아 있는 셈이다. 문제는 마음가짐이다. 혼자서 다할 수 있다는, 다해야 한다는 독선을 버리고 국민과 함께, 공무원과 함께, 여야와 함께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역대 대통령 그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수(秀)‘도 떼어 놓은 당상일 수 있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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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도선 (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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