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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폴크스바겐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 이종각
  • 승인 2015.10.0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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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각칼럼> 한국인은 가무음곡에 능하다는 옛 기록이 있지만, 독일인들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논리적으로 이치를 따지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국입구'라고 쓰인 문과 '천국에 관한 강연회장 입구'라고 쓰인 문이 있을 경우 모든 독일인은 '천국입구'를 마다하고 '강연회장' 입구로 쇄도한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다.

  
독일은 통일 전까지만 해도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었고, 현재도 유럽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유럽의 중심국가다. 독일인들은 자국제품,즉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에 대해 '단단,튼튼하다'는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 독일제 차량이나 일상용품 등을 사용해 보면 다른나라 제품에 비해 견고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철저하다 ', '지독하다 '는 의미로 쓰는  '독일병정'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인은 대체적으로 강건.견실하고,원칙.질서를 준수한다는 인상을 외국인들에게 주고 있다.

  
이같은 독일과 독일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VW)이 최근 미국에서 디젤 차량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돼,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같은 수법 사용이 발각되었고, 세계 각국에서 조사가 진행중이다.  그룹 산하에 아우디, 포르쉐 등을 두고 있는 폴크스바겐은 작년 그룹별 세계 신차 판매량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첫 세계1위를 기록했다.

  
폴크스바겐의 디젤차량은 테스트를 받을 때는 배출량 기준을 통과하나, 실제 도로 주행시에는 기준을 크게 상회하여 배출하는 저감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완벽', '신뢰'의 대명사로 불리던 폴크스바겐의 교묘하고 악질적인 수법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같은 방식의 디젤이 탑재된 차량은 2008년 이후 한국 판매분 수만대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무려 1100만 대에 이른다. 계열사인 아우디도 210만 대에 같은 소프트 웨어를 장착했다고 시인했다.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자행한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이같은 전대미문의 악질적인 수법을 사용한 배경은 고전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폴크스바겐은 신차에 대한 배기가스 규제가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까다로운 미국에서 코스트를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 저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딱정벌래형의 소형 국민차로 출발해 전 세계적으로 친근감을 주었던 폴크스바겐의 브랜드가치와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 졌고,약 25조원으로 추산되는 리콜 수리비와 미국에서 부과될 재제금 등 손실은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할 것이다. 2011년 일본 동북부지방 대지진이후 2022년 까지 원전폐쇄를 결정하는 등 환경선진국이란 독일의 국가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임 폴크스바겐 CEO는 '도덕적, 정책적 재앙'이라며 “철저개혁으로 극복해 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과연 1937년 히틀러의 지시로 설립된 이래 사상 최악의 경영위기를 헤쳐 나갈지 여부는 미지수다.

  
폴크스바겐의 이번 부정발각은 교통기관이 환경에 주는 영향을 감시 분석해 필요한 개선책을 요구하는 비영리조직(NPO)이 배기가스 테스트에서의 수치와 실제 주행시 데이터와의 괴리에 의문을 품은 것이 그 단초였다. 대기업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역량이 크게 성장했음을 말해준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폴크스바겐사태가 터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참고로 국토교통부는 2013년 9월 현대차싼타페와 쌍용차코란도의 연비과대포장사실을 밝혀냈지만 아직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과징금을 물려봤자 규정상 최대한도가 10억 원까지다. 대우건설의 수천 억 원대 분식회계에 대해 법정 최고 과징금을 물렸지만 20억 원에 불과하다. 소비자의 신뢰를 배신한 기업은 가혹하게 응징하는 제도개선과 의식변화가 절실하다.

  
한국경제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로 성장한 만큼 폴크스바겐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의 제도, 의식도 선진국 수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은 부정,편법이 아닌 투명, 정도(正道)경영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향샹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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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종각 ( jonggak@hotmail.com )  
    동양대학교 교수 (교양학부, 한일관계사)
 
   EBS이사
 
   (전) 일본 주오(中央)대 겸임교수
 
   (전) 동아일보 사회부·정치부기자, 정치부차장, 심의팀장
    

 
   저  서
    자객 고영근의 명성황후 복수기, 동아일보사, 2009년
    이토 히로부미, 동아일보사, 2010년
    추락하는 일본, 나남, 2011년
    일본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서해문집,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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