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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기보다 구조조정이 정답이다
돈 풀기보다 구조조정이 정답이다
  • 김병주
  • 승인 2015.11.2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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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칼럼>동서고금에 황금을 경계하라는 도덕군자가 끊이지 않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그 덕분에 시장경제의 바퀴가 돌아간다. 생떽쥐베리(1900-44)는 동화를 가장한 작품 [어린왕자] 마지막 대목에서 세상에서 귀중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래, 세계적으로 돈의 홍수가 터졌다. 하늘에서 돈을 뿌리듯 했대서 ‘헬리곱터 벤’이란 별명이 붙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전(前)의장 벤 버냉키는 최근 자서전에서 돈 다발로 둑을 쌓아 돈의 홍수를 막는다는 전대미문의 작전 양적완화(QE)를 적극변호하고 있다. 2012년 필요한 어떤 조치도 마다하지 않겠노라 공언하던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유럽중앙은행도 오랜 뜸들임 끝에 양적완화에 적극 나섰다.

  
시장 금리가 최저수준인데도 유효한 처방인지 미심쩍다. 아무리 물을 부어도 괴지 않는 밑 빠진 독에 비유할 만한 상황, ‘유동성 함정’을 설파한 바로 그 케인즈를 학습한 학자들이 양적완화를 처방하고 나선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돈이 풀리면 ‘언제 어디서나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예언한 프리드만의 경고 역시 아직 시기상조인가 보다. 현실 경제는 기존경제이론과 동떨어져 흐른다.

  
한 때 잘 나가던 일본경제가 1990년대 초반 버블 경제 파탄 이후 수시로 돈을 풀어왔으니 양적완화의 원조는 일본은행인 셈이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재정적자를 불리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국채를 사들여주는 짝짜꿍 방식을 채택해왔다. 아베 2차 정권 출범이후 추진해온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역시 양적완화였다. 지난 3년간 약 1900조원(원화환산: 참조 2014년 한국국내총생산 약 15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 디플레이션 탈출을 노렸다. 올해 경제지표가 반짝 반응했다. 1분기에 민간기업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지출이 모두 증가세로 돌아서고 성장률이 치솟았다. 하지만 2분기, 3분기 연이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 기술적인 경기침체에 접어들고, 엔화 환율이 50퍼센트 이상 절하 조정되자 소비는 위축되고, 국제수지 개선은 돋보이지 못했다. 최근 평상심을 잃고 볼멘소리를 낸 게이단렌(經團聯)회장에 시장이 공감한다.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 중 구조조정이 공회전하고 있는 탓이다.

  
양적완화로 전 세계가 돈의 홍수 속에 잠겨 있지만 시장 곳곳에서는 심한 갈증을 호소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국내 총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와 투자가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와 사회전반에 불확실성이 짙은 가운데 경제주체들의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양적완화가 헛돌기 마련이다.

  
서울에는 엎친 데 덮치듯, 최근 폭력 시위와 무질서가 시장 바퀴에 모래를 뿌리고 있다. 정부가 모처럼 부실기업 정리에 나선 것은 가상하다. 서둘러야 다가오는 글로벌 경제 먹구름 피해를 줄인다. 그간의 각종 개혁들은 모두 뜨뜻 미지근 하는 듯 마는 듯했다. 노동시장 개혁은 시작하다가 중단된 상태이고, 각종 연금개혁도 미완성이다. 금융개혁은 금융회사를 다그치는 것 이외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방향과 초점이 흐려져 있다. 농산물 시장 개방문제의 정면적 해결 지연으로 해마다 잉여미곡 태산이 높이를 갱신하고 있다. 지난 날 한국 경제는 일본의 성장 궤적을 뒤쫓으며 발전해 왔으나, 앞으로 우리의 살길은 저들이 주저하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선도적으로 해결하는데 있다. 양적완화는 하수(下手)이고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적 개혁은 고수(高手)이다. 그러나 본격적 개혁은 성숙된 시민의식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것이야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것은 가계의 알뜰정신, 근로자의 자발적 자기개발노력, 기업의 창업의욕과 치열한 경쟁, 정부의 시장질서 유지와 시장실패의 적절한 보완에 있다. 최근 서울시가 구상하는 청년백수 용돈 나눠주기도 아니고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일자리 만들기 사업도 아니다. 시장 경제가 돈만을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시장 경쟁에는 돈과 잔재주를 이기는 활력이 내재해 있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병주 ( pjkim@sogang.ac.kr )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재단법인 나눔21 이사장
 
   (전) 한국경제학회 회장
 
   (전)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금융산업발전심의회 위원장
 
   (전)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이사장, 소액서민금융재단 이사장
 
   (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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