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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쿄재판 검증...적반하장격 ‘역사뒤집기’
일본의 도쿄재판 검증...적반하장격 ‘역사뒤집기’
  • 이종각
  • 승인 2015.12.0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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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각칼럼>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영불소 등 전승국은 독일 뉘른베르크와 일본 도쿄(東京)에서 각각 국제군사재판을 열어 패전국 지도자들에 대한 전쟁범죄를 심리, 단죄했다.
  1945년 11월부터 10개월간 열린 뉘른베르크재판에선 헤르만 게링그 원수 등 나치독일의 지도자였던 전범 24명 중 19명에게 교수형, 종신형 등의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히틀러는 1945년 4월, 소련군이 베를린에 입성하기 직전 참호에서 애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했다.

  1946년 5월부터 1948년 11월까지 열린 도쿄재판에서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총리 등 전쟁을 지휘한 일본의 정부, 군지도자 등 이른바 ‘A급 전범’ 피고 25명 전원이 ‘평화에 대한 범죄’혐의로 교수형(7명), 종신형(16명) 등에 처해졌다. 그러나 일본군 대원수 히로히토(裕仁)일왕의 전쟁책임은 맥아더 연합국군총사령부(GHQ)가 효율적인 일본 통치를 위해 불문에 붙였다. 그 덕분에 히로히토는 패전 후엔 ‘상징천황’으로서 1989년까지, 무려 63년간 재위하며 천수(88세)를 누리고 사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는 ‘A급 전범’ 용의자로 복역 중 불기소 처분되어 이후 정계에 복귀, 총리를 역임한다.

  일본은 도쿄재판 결과를 수용함으로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년)을 통해 국제사회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처럼 도쿄재판은 나치를 심판한 뉘른베르크재판과 함께 2차 대전을 정리하는 상징이자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전후 세계질서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다.

  그런데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自民黨)은 11월 29일 창당 60주년 기념식에서 총재인 아베 총리 직속으로 역사검증특위인 ‘역사를 배우고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발족을 공식 선언했다. 이 특위는 도쿄재판은 물론, 청일전쟁부터 전후체제 수립까지의 태평양전쟁, 일본군 위안부, 난징(南京) 대학살, GHQ 점령정책, 평화헌법 성립 과정 등을 검증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군국주의적 침략과 전쟁으로 점철된 일본의 근·현대사를 전승국의 잣대가 아닌 ‘일본인의 시각으로 검증’ 해본다는 것이다. 그 의도는 명백하다. 아베총리는 창당 기념식 식사에서 “헌법개정, 교육개혁 등 점령기에 만들어진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를 위해 내년 참의원선거에서 대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헌에 필요한 중·참의원 3분의 2이상 의석확보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아베정권은 전승국이 틀을 만든 전후질서를 부인하면서 ‘전쟁 포기’를 규정한 현행 평화헌법 개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패전 후 일본 역대 총리들은 과거 침략전쟁에 대해 ‘통절한 반성’을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그러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비롯해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을 정당화, 미화하는 숱한 망언에서 보듯 진정한 반성과는 거리가 멀다. 위안부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를 검증한다며 담화가 당시 아시히(朝日)신문의 오보에서 비롯된 것이며 한일간의 정치적 타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 양 본질을 왜곡한 채, 여전히 일본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가 최근 일본군이 저지른 난징학살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자 일본의 유네스코에 대한 분담금 축소 운운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젠 전승국이 단죄한 전쟁책임을 일본인의 관점에 따라 검중하겠다고 나서니, 적반하장에 다름 아니다.

  작금 국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격렬한 ‘역사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공교롭게도 이참에 군사대국화, 극우 노선으로 치닫고 있는 아베정권은 미국 등 전승국이 주도한 전후질서를 부정하기 위한 ‘역사뒤집기’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안고 가려는 미국을 등에 업고 일본의 역사 뒤집기 전략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가 하면 중국은 2000년대 초 ‘동북공정(東北工程)’작업에 나서 고구려가 한국 역사상의 국가가 아니라 중국의 동북부에 있었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역사학계는 고려시대에 저술된 삼국사기가 고구려를 포함시켜 삼국으로 기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북공정과 관련해 한국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동아시아는 ‘역사대란’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격이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서 패전국 일본을 단죄하는 도쿄재판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일본의 도쿄재판 검증 움직임을 계기로 한국으로서는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객관적으로 일본의 전쟁범죄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각국의 국제법학자, 역사학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일본의 전쟁책임을 규명하는, 이름하여 ‘서울역사재판’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이종각 ( jonggak@hotmail.com )  
    동양대학교 교수 (교양학부, 한일관계사)
 
   EBS이사
 
   (전) 일본 주오(中央)대 겸임교수
 
   (전) 동아일보 사회부·정치부기자, 정치부차장, 심의팀장
    

 
   저  서
    자객 고영근의 명성황후 복수기, 동아일보사, 2009년
    이토 히로부미, 동아일보사, 2010년
    추락하는 일본, 나남, 2011년
    일본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서해문집,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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